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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추리 영화를 보면서 눈물을 흘릴 거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범인을 잡는 카타르시스를 기대하고 틀었는데, 끝나고 나서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거든요. 히가시노 게이고 원작의 일본 영화 <기도의 막이 내릴 때>(2018)는 그런 작품입니다. 추리물인데 추리보다 사람이 먼저 보입니다.

추리 영화라고 생각했는데, 실은 사람 이야기였습니다
일반적으로 추리물은 '범인이 누구냐'는 질문을 중심에 놓는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가 직접 이 작품을 보면서 느낀 건 달랐습니다. 이 영화가 진짜로 묻는 건 "왜 이 사람이 이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가"였거든요.
영화는 아라카와 강변의 방치된 사체 발견으로 시작합니다. 사후 약 20일이 지나 부패가 심하게 진행된 상태였고, 피해자는 시가 현 히코네시 청소 업체에 근무하는 오시타니 미치코(40세)로 판명됩니다. 사인은 교살(絞殺)인데, 교살이란 목을 졸라 질식사시키는 방식으로, 이 작품에서는 두 건의 살인 모두 동일한 수법이 사용되었다는 점이 수사의 핵심 단서가 됩니다.
니혼바시 서의 형사 가가 교이치로(아베 히로시)가 이 사건을 쫓으면서 이상한 점을 감지합니다. 피해자가 평소 고향을 벗어난 적이 없었는데 사망 추정일인 5월 14일 직전에 도쿄로 올라왔고, 사체가 발견된 방의 세입자 코시카와 무츠오는 15일부터 자취를 감췄습니다. 더해서 5월 16일, 불과 며칠 차이로 아라카와 강변 인근에서 노숙자 방화 살인 사건이 발생합니다. 두 사건의 사인이 모두 교살이라는 점, 그리고 발생 장소가 지리적으로 가까웠다는 점에서 수사팀은 동일 범인의 연속 범행 가능성을 열어두게 됩니다.
이 영화가 가가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이라는 걸 알고 보면, 수사 파트너 마츠미야 슈헤이(미조바타 준페이)와 가가의 관계가 다르게 보입니다. 마츠미야는 경시청 소속으로 엄밀히는 이 사건의 관할이 아님에도 끝까지 함께 합니다. 이 콤비 자체가 이미 시리즈의 작별 인사를 준비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수사는 자연스럽게 16년 전 세상을 떠난 가가의 어머니 타지마 유리코(이토 란)의 과거로 이어집니다. 1983년 겨울, 아무 연고도 없는 센다이에 홀로 흘러든 그녀. 물장사 경험이 있다며 마담 미야모토(카라스마 세츠코)에게 채용을 부탁했고, 10여 년을 함께한 끝에 오직 한 남자 와타베 슌이치에게만 마음을 열었습니다. 그런데 그 와타베라는 인물의 정체가 사건 전체의 핵심 열쇠였습니다.
제가 이 부분에서 소름 돋았던 건, 가가가 어머니를 이해하려는 아들의 마음과 진실을 추적하는 형사의 시선이 완전히 겹쳐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추리물에서 이런 감각은 흔치 않습니다.
- 피해자 오시타니 미치코: 시가 현 히코네시 거주, 청소 업체 멜로디 에어 영업 직원. 5월 13일 도쿄 호텔 투숙, 14일 사망 추정
- 사건 현장 세입자 코시카와 무츠오: 9년 거주 후 15일부터 실종. 냉장고조차 없는 살림으로 수사팀은 노숙자 수준의 생활로 판단
- 연극 연출가 아사이 히로미(마츠시마 나나코): 몽타주 단서를 따라 가가가 접근한 핵심 인물. 과거 오시타니 미치코와 같은 반 동창
- 16년 전 타지마 유리코의 연인 와타베 슌이치: 전력 관련 일로 전국을 돌았다는 미야모토의 증언. 코시카와 무츠오와 동일인 가능성
기도의 뜻을 알고 나면, 제목이 다시 보입니다
일반적으로 히가시노 게이고 추리물은 반전의 쾌감이 핵심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제 경험상 이 작품만큼은 반전보다 '왜'가 더 오래 남았습니다. 진실이 드러났을 때 통쾌함보다 먹먹함이 먼저 왔거든요.
아사이 히로미의 진짜 이름은 아사이 서로가 아닙니다. 14살 때 그녀가 겪은 일은 도저히 한 소녀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었고, 자신의 옷을 갈아입혀 절벽에서 떨어뜨린 선택은 그 극한의 상황에서 나온 생존 본능이었습니다. 이후 그녀는 타인의 신분으로 새로운 삶을 시작합니다. 여기서 신분 세탁(identity fraud)이란 타인의 개인정보를 도용해 별개의 인물로 살아가는 행위를 말하는데, 이 영화에서는 그것이 범죄적 의도가 아닌 절박한 탈출이었다는 점이 관객에게 복잡한 감정을 남깁니다.
아사이 히로미가 오랫동안 아버지 아사이 타다오(코히나타 후미요)와 이어온 비밀 만남의 장소가 니혼바시의 12개 다리 주변에서 열리는 행사였습니다. 무려 47년의 역사를 가진 이 행사는 매년 수많은 인파가 몰리는 곳으로, 그녀는 익명성(anonymity)이 보장되는 군중 속에서만 아버지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익명성이란 신원이 드러나지 않는 상태를 의미하는데, 도망자 신분의 히로미에게는 그것이 유일한 보호막이었습니다.
제가 이 부분에서 가장 마음이 아팠던 건 아버지 타다오의 이야기였습니다. 딸이 저지른 일의 무게를 함께 짊어진 채 16년을 살아온 사람. "너무 지쳐버렸다"는 한마디에 히로미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저도 화면 앞에서 말이 없어졌습니다.
한편 가가의 어머니 타지마 유리코의 삶도 층위를 더합니다. 시댁의 지속적인 구박, 남편의 방관, 그리고 우울증(depression)이 심화되면서 결국 스스로 집을 나선 그녀. 우울증이란 단순한 기분 저하가 아닌 일상 기능 전반이 무너지는 정신질환으로, 당시 사회적 지원 체계가 부재했던 시대적 맥락을 고려하면 그녀의 선택이 더욱 무겁게 다가옵니다. 가가가 그토록 어머니의 과거를 알고 싶었던 이유가 단순한 수사 동기가 아니었다는 게 이 지점에서 확실해집니다.
작품의 원제는 <祈りの幕が下りる時>입니다. 여기서 '이노리(祈り)'는 기도 혹은 기원, 즉 간절히 무언가가 이뤄지기를 소망하는 마음을 뜻합니다. 막이 내린다는 표현은 연극의 공연이 끝남을 의미하는데, 이것이 가가 교이치로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이라는 사실과 맞물리면 제목이 가진 무게가 달라집니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이 제목 하나로 사건 관계자 모두의 서사를 담아냈습니다. 출처: IMDb - 기도의 막이 내릴 때
제가 직접 가가 시리즈를 처음부터 봐온 입장에서, 이 작품이 마지막이어야 했던 이유가 영화를 보는 내내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히가시노 게이고가 10년 후 「당신이 누군가를 죽였다」로 시리즈를 부활시킨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팬으로서 기쁨 반 아쉬움 반이었습니다. 이 작품이 가진 '마침표'의 무게가 희석되는 건 아닌지 하는 마음이 있었거든요. 출처: 히가시노 게이고 공식 사이트
자주 묻는 질문
Q. 가가 시리즈 처음 봐도 이 영화 이해가 되나요?
A. 제 경험상 이전 작품을 몰라도 충분히 즐길 수 있었습니다. 가가의 어머니에 대한 배경은 영화 안에서 충분히 설명되고, 마츠미야와의 관계도 자연스럽게 소개됩니다. 다만 시리즈를 미리 보고 오면 감정의 밀도가 확실히 달라집니다.
Q. 원작 소설이랑 영화랑 많이 다른가요?
A. 일반적으로 히가시노 게이고 원작 영화는 소설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평이 많은데, 이 작품은 그중 수작으로 꼽힙니다. 제가 보기에도 추리와 추리를 연결하는 중간 흐름이 다소 빠르게 처리되는 부분이 있었지만, 핵심 감정선은 잘 살아 있었습니다. 소설을 먼저 읽었다면 영화의 전개가 촘촘하지 않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Q. 비와 호수 로케이션은 실제 촬영인가요?
A. 네, 실제 시가 현 비와 호수 일대에서 촬영했습니다. 저는 그 장면들이 거의 관광 홍보 영상 수준이라고 느꼈을 정도로 광각 풍경이 압도적이었습니다. 가서 직접 사진을 찍어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큼 화면 속 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Q. 이 영화 결말이 해피엔딩인가요?
A. 단순히 해피엔딩이냐 새드엔딩이냐로 나누기가 어렵습니다. 사건의 진실은 밝혀지지만,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각 인물의 삶이 너무 무거워서 쾌감보다는 오랜 여운이 남습니다. 제가 느낀 건 비극이되 품위 있는 마무리였습니다.
결론
추리 영화를 고를 때 저는 보통 반전의 날카로움을 기준으로 삼았는데, 이 영화를 보고 나서 그 기준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범인이 밝혀지는 순간보다 그 범인이 왜 그렇게 살 수밖에 없었는지가 더 오래 남는 작품이 있다는 걸 다시 확인했거든요.
<기도의 막이 내릴 때>는 가가 교이치로 시리즈의 완결이라는 무게를 제목 하나로 감당해냅니다. 아직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을 접해보지 않았다면 이 영화를 첫 작품으로 봐도 무방합니다. 다만 신참자 시리즈를 먼저 챙겨봤다면, 이 영화가 훨씬 다른 감정으로 닿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