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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자를 죽이는 사람이 과연 살인자일까요, 아니면 영웅일까요. 저는 이 질문에 쉽게 답하지 못한 채 영화를 끝까지 봤습니다. 2006년 개봉한 일본 실사화 영화 데스노트는 가네코 슈스케 감독, 후지와라 타츠야와 마츠야마 켄이치가 주연을 맡은 작품으로, 만화 원작이 워낙 레전드급인 덕분에 제목 모르는 사람을 찾기가 더 어려울 정도입니다. 원작 만화는 12권 완결임에도 3천만 부 이상을 판매한 작품인 만큼, 기대와 두려움을 안고 봤던 영화였습니다.

원작 비교
솔직히 말하면, 저는 이 영화를 개봉 시점이 아닌 한참 뒤에야 봤습니다. 데스노트라는 단어 자체가 이미 일상 언어처럼 쓰이고 있으니 굳이 영화까지 찾아볼 이유를 못 느꼈던 것이죠.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원작의 팬으로서 영화 버전을 제대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자리를 잡고 앉았습니다.
제가 원작 만화를 처음 접했을 때가 떠올랐습니다. 살면서 처음으로 만화책을 사게 만든 작품이 바로 데스노트였거든요. 다음 권이 나오길 하루하루 기다리던 그 설렘이 있었기에, 영화를 볼 때 장면마다 만화 속 컷이 겹쳐 보이는 경험을 했습니다. 그게 몰입을 높이기도 했고, 동시에 방해가 되기도 했습니다.
일본 실사화(原作 실사화, 즉 만화·소설·게임 등 원작을 실제 배우가 연기하는 영화로 제작하는 방식)에 대한 불신이 원래 있었던 터라, 처음 배우들을 봤을 때 적응이 쉽지 않았습니다. 특히 L 역할을 맡은 마츠야마 켄이치는 아무리 봐도 처음엔 어색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극이 진행될수록 그 어색함이 사라졌습니다. 배우의 연기력이 캐릭터를 덮어씌우는 순간이 분명히 있었고, 그 지점에서 저의 평가도 바뀌었습니다.
원작과 가장 크게 다른 설정 중 하나는 라이토가 고등학생이 아니라 도쿄대 법학부 3학년 대학생이라는 점입니다. 이 차이가 캐릭터의 무게감을 꽤 다르게 만들어 줍니다. 법을 공부하는 사람이 법의 한계를 자기 손으로 뚫겠다고 나서는 설정이 더 묵직하게 다가왔습니다. 다만 원작에서 라이토가 가진 날카롭고 차가운 이미지와 영화 속 후지와라 타츠야의 이미지가 완전히 겹치지는 않아서, 미스캐스팅이라는 평이 나오는 이유도 저는 이해가 됩니다.
이 영화가 일본 실사화 영화 중에서도 수작으로 평가받는 이유는 원작을 그대로 복제하려 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원작의 핵심 세계관과 규칙, 즉 데스노트(Death Note, 이름을 적으면 그 사람이 심장마비로 사망하는 노트)의 설정은 충실하게 살리면서도 영화만의 독자적인 전개를 과감하게 추가했습니다. 그 결과 원작 팬도, 원작을 모르는 관객도 스토리 밀도 면에서 불편함 없이 따라갈 수 있는 구조가 완성되었습니다.
- 원작 만화: 12권 완결, 3천만 부 이상 판매, 21세기 만화 최초 권당 200만 부 돌파 (출처: 소년점프)
- 영화 1편(2006): 가네코 슈스케 감독, 후지와라 타츠야·마츠야마 켄이치 주연
- 한국 최종 관객 수: 64만 명으로 원작 인지도에 비해 흥행은 아쉬운 수준
- 총 4부작 시리즈로 구성 (2016년 데스노트: 더 뉴월드까지)
라이토라는 인간
영화를 보면서 제가 가장 불편했던 순간은 라이토가 나쁜 짓을 할 때가 아니었습니다. 그가 여전히 정의로운 척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게 훨씬 더 섬뜩했습니다.
영화는 전형적인 도덕적 해이(Moral Decay, 처음에는 올바른 목적으로 시작했지만 점차 수단과 목적의 경계가 무너지며 윤리 기준이 붕괴되는 과정)를 정밀하게 해부합니다. 여기서 도덕적 해이란 단순히 나쁜 사람이 나쁜 짓을 하는 게 아니라, 선한 동기로 출발한 사람이 어느 순간부터 목적보다 자기 자신을 보호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는 과정을 말합니다. 라이토가 딱 그 경로를 밟습니다.
전환점이 언제인지 꽤 명확하게 느껴졌습니다. L이 사형수를 이용해 방송에서 도발을 펼치자, 라이토는 그 사형수가 누구인지도 확인하지 않고 죽여버립니다. 사형수라는 사실은 아무도 몰랐습니다. 그러니 라이토의 입장에서 그 선택은 순수하게 자신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이유 하나로 내려진 결정이었던 셈입니다. 그 장면에서 처음으로 이 사람은 이제 돌이킬 수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후반부에 FBI 요원들을 집단 살해하는 장면은 충격적일 정도로 치밀합니다. 우발적 살인이 아니라 사전에 치밀하게 설계된 계획범죄입니다. 영화는 그 무게를 관객이 피부로 느끼게 만드는 방식으로 연출합니다. 제가 봐도 그 냉정함에 숨이 막혔습니다.
결정적인 반전은 나오미와 시오리 장면입니다. 자신을 향한 수사망을 끊기 위해 라이토가 자신의 여자친구 시오리를 설계된 죽음으로 이끄는 장면은, 영화 전체에서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처음엔 그냥 긴박한 전개라고 봤다가, 뒤에 진실이 드러났을 때 등줄기가 서늘해졌습니다.
영화가 던지는 철학적 질문도 무겁습니다. 법치주의(Rule of Law)의 관점에서 보면, 라이토는 그가 심판하는 범죄자들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습니다. 여기서 법치주의란 어떤 개인도 법 위에 서서 타인을 마음대로 처벌할 수 없다는 원칙을 뜻합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키라를 지지한 이유도 분명히 있습니다. 유력 국회의원 자녀가 법망을 빠져나가고, 심신 미약 감경이 남용되는 현실이 만들어낸 법에 대한 불신이 라이토를 영웅으로 만든 자양분이었다는 것을 영화는 정면으로 짚어냅니다. 이 지점이 제가 가장 오래 생각하게 된 부분이었습니다.
일본 범죄 통계에서도 범죄 피해자 지원 및 사법 신뢰도 조사 결과를 보면, 법 집행에 대한 체감 만족도가 실제 검거율과 항상 비례하지 않는다는 점이 확인된 바 있습니다 (출처: 일본 법무성). 영화 속 대중이 키라를 지지하는 흐름이 단순히 픽션의 과장이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입니다.
사신(死神) 류크의 존재도 흥미롭습니다. 사신이란 문자 그대로 죽음을 관장하는 초월적 존재로, 이 영화에서 류크는 라이토를 돕지도, 막지도 않고 철저히 관망합니다. 그 중립적 시선이 오히려 라이토의 타락을 더 적나라하게 드러냅니다. 심판을 내리는 존재가 없으니 라이토 스스로의 선택만이 남고, 그 선택들이 쌓여 지금의 그가 된 것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데스노트 영화 1편만 봐도 이해가 되나요?
A. 스토리 자체는 1편만으로도 충분히 따라갈 수 있습니다. 다만 1편은 라이토와 L이 처음 대면하는 장면에서 끊기기 때문에, 결말을 원한다면 2편까지 이어서 보셔야 합니다. 저도 모르고 봤다가 약간 당황했습니다.
Q. 원작 만화를 안 봐도 영화를 즐길 수 있나요?
A. 충분히 즐길 수 있습니다. 영화가 데스노트의 규칙과 세계관을 자체적으로 설명해 주기 때문에 원작 없이도 스토리를 따라가는 데 큰 어려움이 없습니다. 오히려 원작을 모른다면 반전 장면에서 더 강한 충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Q. 영화 데스노트는 원작과 어떤 점이 가장 다른가요?
A. 가장 큰 차이는 주인공 라이토의 설정입니다. 원작에서는 고등학생이지만 영화에서는 도쿄대 법학부 3학년 대학생으로 등장합니다. 또한 영화에는 원작에 없는 오리지널 캐릭터와 플롯이 추가되어, 원작을 아는 분들도 새로운 느낌으로 볼 수 있도록 각색되어 있습니다.
Q. 데스노트 영화 시리즈는 총 몇 편인가요?
A. 총 4편입니다. 2006년 1편과 2편, 그리고 외전 격인 L: Change the World, 2016년 데스노트: 더 뉴월드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1편과 2편은 하나의 이야기로 이어지지만, 더 뉴월드는 완전히 새로운 스토리로 전개됩니다.
결론
영화 데스노트 1편을 보고 나서 한동안 머릿속에서 한 가지 질문이 맴돌았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키라가 나타난다면, 저는 그를 지지했을까 하는 질문이었습니다. 솔직히 바로 아니라고 답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 점에서 이 영화는 단순한 스릴러가 아니라 법과 정의, 그리고 권력에 대한 꽤 묵직한 철학적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일본 실사화 영화 특유의 과장된 비주얼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분이라도, 라이토와 L의 두뇌 싸움이라는 심리전 구조 자체의 완성도가 그 거부감을 충분히 상쇄시켜 줍니다. 원작 팬이든 아니든, 데스노트 1편은 제대로 시간을 내어 볼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