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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의 이혼으로 생이별한 초등학생 형제가 "신칸센 두 열차가 처음 교차하는 순간 기적이 일어난다"는 소문을 믿고 구마모토로 비밀 여행을 떠납니다. 처음 이 영화 줄거리를 접했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아이들의 허무맹랑한 모험담인 줄 알았는데, 다 보고 나서 한참을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고레에다, 신칸센 개통
이 영화는 첫 장면부터 범상치 않습니다. 활화산인 사쿠라지마(桜島)가 내뿜는 화산재가 눈처럼 내리는 가고시마 골목에서 코이치가 빨래를 걷어 들이는 장면으로 시작하거든요. 사쿠라지마는 실제로 연간 수백 회 소규모 분화를 반복하는 일본의 대표적인 활화산으로, 가고시마 시민들은 매일 화산재 청소를 생활의 일부로 받아들이며 살아갑니다(출처: 가고시마시 공식 홈페이지). 그 지긋지긋한 화산재가, 이 영화에서는 코이치의 억눌린 감정과 정확히 겹쳐집니다.
코이치는 초등학교 6학년이고, 동생 류노스케는 4학년입니다. 부모의 이혼 이후 형은 가고시마에서 엄마, 외할머니, 외할아버지와 살고, 동생은 후쿠오카에서 인디밴드 활동을 하는 아빠 켄지와 삽니다. 수영 수업이 끝나면 형이 동생에게 전화를 거는 것이 두 사람의 가느다란 연결선이죠. 제 생각에 이런 일상의 작은 반복을 통해 캐릭터의 결핍을 설명하는 방식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특유의 인본주의적 연출이라고 보입니다.
그런 코이치가 붙잡은 것이 바로 규슈 신칸센(九州新幹線) 개통 소문입니다. 규슈 신칸센은 2011년 실제로 전 구간이 개통되었고, 상행선과 하행선 열차가 처음 교차하는 순간을 두고 아이들 사이에서 "그 자리에서 소원을 빌면 기적이 일어난다"는 이야기가 돌았다는 설정입니다. 영화는 이 실제 역사적 사건을 극의 중심축으로 삼습니다(출처: JR규슈 공식 홈페이지). 코이치의 계획은 단순하면서도 기발합니다. 그 순간 화산 폭발을 빌면, 가고시마에 살 수 없게 된 엄마와 자신이 아빠와 동생이 있는 곳으로 이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논리입니다. 어른의 눈으로 보면 말이 안 되지만, 이 절박한 논리가 전혀 우습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기차표를 마련하는 과정도 제가 이 영화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 중 하나입니다. 자판기 아래를 뒤지고, 아끼던 장난감을 팔고, 코이치는 결국 수영 회비까지 보탭니다. 각 아이가 품은 소원의 목록은 이렇습니다:
- 코이치 — 가족이 다시 한 집에 모여 사는 것 (나중에 소원을 삼켜버립니다)
- 류노스케 — 아빠의 밴드가 성공하는 것
- 마코토 — 처음엔 야구 선수, 나중엔 죽은 반려견 마블이 살아나는 것으로 바뀝니다
- 렌토 — 베이블레이드가 갖고 싶다고 했지만 사실은 운동을 잘하고 싶은 것
- 칸나 — 그림을 잘 그리게 되는 것
- 타스쿠 — 사서 선생님과 잘 되는 것
이 소원들이 정말 귀엽고도 쓸쓸합니다. 죽은 강아지를 살리고 싶다는 마코토의 소원이 나오는 순간, 저는 속으로 조용히 무너졌습니다. 고레에다 감독은 이 아이들의 결핍을 과장 없이, 그냥 있는 그대로 놔둡니다. 그것이 이 영화의 힘입니다.
가루칸 떡, 성장 영화
영화의 클라이맥스는 생각보다 조용합니다. 두 대의 신칸센이 굉음을 내며 교차하는 그 찰나, 친구들은 저마다 목이 터져라 소원을 외칩니다. 그런데 정작 이 여정을 주도한 코이치는 입을 꾹 다물고 맙니다. 이런 순간을 영화에서 만나면 감독이 무엇을 말하려는지 몸으로 먼저 알아채게 됩니다. 코이치가 소원을 삼킨 이유는 단순합니다. 화산이 폭발해서 가고시마 사람들이 다치는 것보다, 지금 이 평범한 일상이 계속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이 인본주의적 성장 서사, 다시 말해 개인의 이기적 욕망을 보편적 선(善)을 위해 내려놓는 과정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필모그래피에서 반복되는 핵심 주제입니다. 인본주의(humanism)란 인간의 가치와 존엄, 특히 타인에 대한 공감과 배려를 중심에 두는 세계관을 말합니다. 코이치의 침묵은 바로 그 지점에서 발생합니다. 거창한 드라마 없이, 그냥 입을 다무는 것으로.
또 하나 제가 이 영화에서 잊을 수 없는 요소가 가루칸(軽羹) 떡입니다. 가루칸은 가고시마의 전통 화과자로, 산마(참마의 일종)와 쌀가루, 설탕만으로 만드는 아주 소박한 떡입니다. 코이치의 외할아버지는 이 가루칸을 전통 방식 그대로 손수 만들어 손자에게 건넵니다. 처음에 코이치는 "별 맛이 없다"라고 합니다. 할아버지의 대답이 이 영화의 주제를 통째로 담고 있습니다. "진짜 맛있는 건 달지 않아." 쉽게 말해, 자극적인 단맛이 아닌 은은하고 담백한 것이 진짜라는 이야기입니다.
이 대사가 코이치의 여정 전체와 포개집니다. 기적을 쫓아 먼 길을 돌아온 소년의 입가에 남은 것은 화산 폭발도, 가족 재결합도 아니라 할아버지가 찐 가루칸 떡의 슴슴한 단맛이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평범하고 소박한 맛이, 코이치에게 세계를 선택하게 만든 힘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제가 이 영화를 보고 나서 한동안 자극적인 것들이 조금 멀어진 느낌이 들었던 건 아마 그 이유였을 겁니다.
배우들의 연기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형 코이치를 연기한 마에다 코키와 동생 류노스케를 연기한 마에다 오시로는 실제 친형제입니다. 이 캐스팅 자체가 이미 영화의 절반입니다. 카메라 앞에서 연기를 하는 것인지 그냥 사는 것인지 구분이 가지 않을 만큼 자연스럽습니다. 아빠 역의 오다기리 죠는 철부지 인디밴드 뮤지션을 미워할 수 없게 연기하고, 외할아버지 역의 하시즈메 이사 오는 가루칸 떡처럼 겉은 담백하되 속이 꽉 찬 인물을 완성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영화 실화 바탕인가요? 규슈 신칸센 교차 장면이 실제로 있었나요?
A. 네, 규슈 신칸센은 2011년 3월 12일 실제로 전 구간이 개통되었고, 개통 당일 상행·하행 열차가 처음 교차하는 장면은 실제 사건입니다. 영화는 이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삼았고, 일부 장면은 실제 개통 기념 행사 영상과 겹쳐지기도 합니다. 아이들 사이에 퍼진 "기적이 일어난다"는 소문은 영화 속 설정입니다.
Q. 가루칸 떡이 영화에서 왜 그렇게 중요한 소재로 나오나요?
A. 가루칸은 가고시마의 전통 화과자로, 산마·쌀가루·설탕만으로 만드는 소박한 떡입니다. 영화 안에서 가루칸은 자극적이지 않은 담백한 일상의 맛을 상징합니다. 외할아버지가 코이치에게 "진짜 맛있는 건 달지 않아"라고 말하는 장면이 영화의 주제와 직결되기 때문에, 고레에다 감독이 의도적으로 이 소재를 반복해서 사용합니다.
Q. 코이치가 마지막에 소원을 빌지 않은 이유가 뭔가요?
A. 화산이 폭발하면 가고시마에 사는 수많은 사람들과 외조부모님이 피해를 입는다는 사실을 코이치가 스스로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소원을 이루기 위해 타인의 불행을 담보로 삼지 않겠다는 결단으로, 영화가 말하는 진짜 성장의 순간입니다. 동생 류노스케는 아빠의 밴드 성공을 외쳤는데, 형제의 소원 선택이 각자의 심리를 아주 잘 보여줍니다.
Q. 마에다 코키, 마에다 오시로 형제가 실제 친형제인가요?
A. 맞습니다. 두 사람은 실제 친형제로, 영화 속 코이치와 류노스케의 관계가 실생활의 형제 관계와 겹칩니다. 덕분에 두 사람이 함께 있는 장면들이 연기라는 느낌이 거의 들지 않습니다. 고레에다 감독이 실제 형제를 캐스팅한 것은 이 영화의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만드는 데 결정적인 선택이었습니다.
결론
제가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제일 먼저 한 일은 가루칸 떡을 검색해 본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단순한 재료 목록을 보면서 영화가 하려던 말을 다시 한번 실감했습니다. 기적은 굉음과 함께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매일 화산재를 쓸고 떡을 찌고 전화를 거는 반복 안에 있다는 것.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인본주의적 시선이 이만큼 선명하게 구현된 작품을 저는 이 영화 전후로 많이 보지 못했습니다. 자극적인 갈등도, 억지 화해도 없이 아이들의 단순한 일상을 따라가는 것만으로 마음이 차오르는, 그런 영화를 좋아하신다면 이 영화를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