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간짜리 영화를 보고 나서 차 안에 한참 앉아 있었던 적이 있습니다. 〈드라이브 마이 카〉를 처음 봤을 때 얘기입니다. 아무것도 하기 싫었던 게 아니라, 뭔가를 해버리면 그 여운이 깨질 것 같아서였습니다. 이 영화는 상실을 극복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상실을 안은 채 어떻게든 살아내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그 차이가 생각보다 훨씬 크게 와닿았습니다. 유예된 애도 영화의 주인공 가후쿠는 아내 오토의 외도를 목격하고도 끝내 묻지 않습니다. 처음엔 이 설정이 좀 납득이 안 됐습니다. 왜 묻지 않지? 하는 생각이요. 그런데 직접 곱씹어보니,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분명히 알고 있으면서도, 그걸 입 밖에 꺼내는 순간 모든 게 무너질 것 같아서 모른 척 살아간 적이. 가후쿠의 침묵은 비..
카테고리 없음
2026. 8. 21. 2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