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보기 전에 리뷰들을 훑었더니 서브남인 코스케를 앓는다는 한줄평이 유독 눈에 띄었거든요. 배우 얼굴을 미리 찾아봤을 땐 '잘생기긴 했지만 그렇게 내 취향은 아닌데' 하고 넘겼는데, 막상 영화를 보면서 30분도 안 돼 코스케밖에 안 보이는 제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2015년작 일본 순정만화 원작 영화 《히로인 실격》, 저처럼 서브남에게 자꾸 꽂히는 분들이라면 각오하고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서브남병 — 코스케가 남주보다 더 남주 같은 이유제게는 소위 '서브남병'이 있습니다. 여기서 서브남병이란, 로맨스물을 볼 때 최종 커플로 낙점된 남주인공보다 조력자 포지션의 서브 남성 캐릭터에게 더 강하게 감정이 이입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임을 알면서도 묵묵히 곁을..
사랑하는 사람을 살리기 위해 시간을 100번 되돌린다면, 그게 진짜 사랑일까요, 아니면 집착일까요. 저는 이 영화를 보는 내내 그 경계 어딘가에서 계속 걸려 넘어졌습니다. 일본 영화 특유의 청량한 감성 위에 타임리프라는 판타지 장치를 얹은 작품, 입니다. 타임리프를 100번 반복해도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무엇이든 바꿀 수 있을 것 같지만, 이 영화는 처음부터 그 전제를 조용히 부숩니다.주인공 하세가와 리쿠(사카구치 켄타로)는 '인생 레코드'라는 장치를 손에 넣으면서 타임리프 능력을 갖게 됩니다. 여기서 타임리프(time leap)란 특정 시점으로 의식이나 기억을 되돌려 과거의 상황을 다시 경험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SF 장르에서 자주 쓰이는 개념인데, 이 영화에서는 그것을 낡은 레코드판이라는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