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좋아했던 사람의 전화번호를 아직도 외우고 있다는 사실을 문득 깨달은 적이 있습니다. 지웠다고 생각했는데, 손이 먼저 기억하고 있더군요. 왕가위의 〈2046〉을 다시 본 것은 그날 밤이었습니다. 이 영화는 사랑 이야기처럼 포장되어 있지만, 실은 기억이 사람을 어떻게 붙들어두는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차우 모완(양조위)은 떠났지만, 정작 아무데도 가지 못한 남자입니다. 화양연화에서 2046으로 〈2046〉을 처음 봤을 때 솔직히 당혹스러웠습니다. 서사가 친절하지 않고, 인물들이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설명도 잘 안 해줍니다. 그런데 〈화양연화〉를 먼저 본 뒤 다시 보니 완전히 다른 영화로 보였습니다. 이것은 꽤 드문 일입니다. 전작을 알아야만 비로소 이해가 되는 영화가 있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화양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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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7. 14. 00: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