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 저는 스토리보다 화면에 가득 찬 음식에만 눈이 갔습니다. 영하 54도 남극 기지에서 튀김이라니, 라멘이라니. 그런데 두 번째로 다시 봤을 때는 달랐습니다. 음식 너머로 사람 냄새가 진하게 배어 있었습니다. 극한의 고립감 속에서 인간이 어떻게 버티는지, 그리고 한 그릇의 밥이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 2009년작 를 보고 다시 감동을 받았습니다. 고립감이 사람을 어떻게 바꾸는가영화의 배경은 1997년 일본 남극 돔 후지 기지입니다. 해발 3,810m, 평균 기온 영하 54도. 연안의 쇼와 기지에서 약 1,000km 떨어진 내륙 오지입니다. 펭귄도, 바다표범도, 심지어 바이러스조차 생존할 수 없는 곳이라는 설명이 영화 초반에 나오는데, 제가 처음 들었을 때 그냥 웃어넘겼습니다...
한때 저도 출근길 지하철 안에서 이유 없이 눈물이 나오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불면증에 두통, 그리고 뭘 먹어도 맛이 없던 그 감각. 당시엔 그냥 번아웃이라고 치부했지만, 영화 '남편이 우울증에 걸렸어요'를 보고 나서야 그게 단순한 피로가 아니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11년 개봉된 이 일본 영화는 우울증을 앓는 남편 츠레와 그 곁을 지키는 만화가 아내 하루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무겁지 않습니다. 오히려 보고 나면 이상하게 숨통이 트입니다. 우울증, 사람을 무너뜨리는 방식 우울증(Major Depressive Disorder)이라고 하면 많은 분들이 갑자기 드러눕거나, 극단적인 선택을 생각하거나, 아주 극적인 증상을 먼저 떠올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서 주요 우울장애란 2주 이상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