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정말 예상 밖이었습니다. 첫 장면에서 초라한 중년 아저씨 하나가 혼자 중얼거리는 모습을 보고 '이게 스릴러 맞나?' 싶었거든요. 그런데 5분도 채 안 돼서 사토 지로의 연기에 완전히 끌려들어가고 말았습니다. 일본영화 〈폭탄〉은 재일 한국인 3세 작가 오승호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취조실 한 칸에서 도쿄 전체를 흔드는 심리전을 그려낸 서스펜스 스릴러입니다. 사토 지로가 만들어낸 취조실의 심리전제가 영화를 보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 작품이 '범인을 잡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스즈키 타고사쿠는 술에 취해 자판기를 부수고 점원을 폭행한 혐의로 경찰서에 끌려온 인물인데, 처음에는 그냥 어눌하고 모자라 보이는 잡범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한 시간 뒤 도쿄에서 폭발이 일어난다"고 ..
일본 영화가 원작 소설을 얼마나 충실히 옮기는지 반신반의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을 보고 나서 그 의심이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24건의 살인 중 단 1건만 부정하는 연쇄살인범, 그리고 그 살인범의 의뢰를 받아 진범을 추적하는 대학생. 이 황당하면서도 소름 돋는 설정이 실제로 스크린에서 제대로 작동하는지 직접 확인해봤습니다. 질서형 연쇄살인범이라는 설정 일반적으로 연쇄살인범 영화라고 하면 잔혹한 장면을 전면에 내세운 공포물을 먼저 떠올리기 마련입니다. 저도 처음엔 그런 맥락으로 접근했는데, 실제로는 전혀 다른 결이었습니다.이 영화의 핵심은 '질서형 연쇄살인범(Organized Serial Killer)'이라는 범죄심리학 개념에 있습니다. 여기서 질서형 연쇄살인범이란, 높은 지능과 철저한 사전 계획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