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간짜리 영화를 보고 나서 차 안에 한참 앉아 있었던 적이 있습니다. 〈드라이브 마이 카〉를 처음 봤을 때 얘기입니다. 아무것도 하기 싫었던 게 아니라, 뭔가를 해버리면 그 여운이 깨질 것 같아서였습니다. 이 영화는 상실을 극복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상실을 안은 채 어떻게든 살아내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그 차이가 생각보다 훨씬 크게 와닿았습니다. 유예된 애도 영화의 주인공 가후쿠는 아내 오토의 외도를 목격하고도 끝내 묻지 않습니다. 처음엔 이 설정이 좀 납득이 안 됐습니다. 왜 묻지 않지? 하는 생각이요. 그런데 직접 곱씹어보니,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분명히 알고 있으면서도, 그걸 입 밖에 꺼내는 순간 모든 게 무너질 것 같아서 모른 척 살아간 적이. 가후쿠의 침묵은 비..
솔직히 저는 이 영화 초반부는 너무 심심하게 느껴졌습니다. 특별한 사건이 없어서 단조로웠거든요. 그런데 끝까지 보니,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는 장남의 기일에 모인 하루동안의 가족의 이야기입니다. 극적인 사건은 없지만 그 속에 아주 날카로운 진실이 숨어 있었습니다. 가족애도, 우리를 불편하게 만드는 이유영화를 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가족, 어딘가에서 본 것 같다.' 아버지 쿄헤이는 의사로서의 삶에 모든 자부심을 걸었던 사람입니다. 장남 준페이가 세상을 떠나고 나서도, 차남 료타에게 의업을 이어 달라는 기대를 내려놓지 못합니다. 겉으로는 말을 아끼지만, 료타가 미술품 복원 일을 한다고 하면 식탁에 미묘한 침묵이 깔립니다. 저도 겪어봤는데, 그 침묵이 백 마디 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