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개봉한 왕가위 감독의 는 원래 의 세 번째 에피소드로 기획됐다가 러닝타임 문제로 별도 제작된 작품입니다.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 난해하게 느껴졌었습니다. 스토리를 '따라가는' 영화가 아니라 스토리에 '잠기는' 영화였거든요. 홍콩 반환을 2년 앞두고 만들어진 이 작품은, 화려한 네온사인 뒤에 숨겨진 청춘의 고독을 치명적인 영상미로 그려냈습니다. 타락천사, 킬러와 에이전트 영화의 첫 번째 파트는 킬러 황지민과 그의 동업자 에이전트 이야기입니다. 두 사람은 한 번도 직접 대면하지 않습니다. 에이전트는 임무 현장을 사전 답사해 손으로 직접 그린 조감도(鳥瞰圖)—하늘에서 내려다보듯 공간 전체를 파악한 평면 스케치—를 팩스로 보내고, 황지민은 그 정보를 토대로 움직입니다. 정보를 입력하면 결과를 출..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한참 늦게 봤습니다. 부모님 세대 영화라는 선입견 때문이었는데, 막상 보고 나서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1996년작 홍콩영화 첨밀밀은 달콤하다는 뜻의 제목과 달리, 씁쓸하고 긴 여운을 남기는 작품입니다. 장만옥과 여명이라는 두 배우의 10년간의 엇갈림을 따라가다 보면, 이것이 단순한 멜로가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첨밀밀이라는 제목이 담고 있는 것첨밀밀(甜蜜蜜)은 한자 그대로 풀면 '달콤하고 달콤하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蜜은 꿀을 뜻하는 글자로, 꿀처럼 달콤한 상태를 두 번 겹쳐 강조한 형용사입니다. 제목만 보면 설탕 범벅 로맨스가 떠오르는데, 실제로 영화를 보고 나면 그 달콤함이 어디서 오는지, 동시에 왜 그렇게 씁쓸한지를 몸으로 이해하게 됩니다.영어 부제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