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가 연대로 바뀌는 데 얼마나 걸릴까요. 2005년 일본 영화 《메종 드 히미코》는 그 질문에 꽤 정직하게 답합니다. 처음에는 돈 때문에 게이 양로원에 발을 들인 사오리가, 끝에는 자기 발로 그곳을 향해 걸어가는 이야기입니다. 제가 이 영화를 보고 오래 기억에 남은 건 줄거리가 아니라, 빛바랜 여름 색 같은 화면 분위기였습니다. 사오리의 감정변화 어릴 적 어머니와 자신을 버리고 떠난 아버지. 도장 회사에서 일하며 빚을 갚고 있는 딸 사오리 앞에 어느 날 낯선 남자가 찾아옵니다. 아버지 히미코의 연인 하루히코(오다기리 조)였습니다. 그가 꺼낸 제안은 말기 암 판정을 받은 히미코가 설립한 게이 양로원 '메종 드 히미코'에서 일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사오리가 일을 수락한 건 높은 일당과 유산에 대한 기대 ..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제목만 보고 따뜻한 가족 드라마 정도로 짐작했는데, 영화를 다 보고 나서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죽음을 선고받은 엄마가 남은 시간을 어떻게 쓰는지 보여주는 이 영화는, 신파로 흘러갈 법한 모든 순간을 후타바(미야자와 리에)의 단단함으로 부여잡습니다. 불치병, 왕따, 외도, 배 다른 형제까지 막장 요소가 총집합인데도 이상하게 마음이 무너지지 않고 오히려 단단해지는 느낌이 드는 영화였습니다. 배경과 맥락 제가 이 영화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목욕탕이라는 공간이었습니다.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가족의 상태를 보여주는 바로미터로 기능하는데, 남편 카즈히로(오다기리 조)가 사라진 뒤 굴뚝에서 연기가 끊기는 장면이 그걸 압축적으로 보여줍니다.카즈히로가 혼자 집을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