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난 적 없는 두 여자가 하나의 노트로 연결된다. 2007년 일본 영화 '클로즈드 노트'가 제게 던진 첫 문장이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잔잔한 멜로인 줄 알고 봤다가, 후반부에서 예상치 못한 반전을 마주하고 한동안 멍하게 화면을 바라봤습니다. 만난 적 없는 두 여자가 하나의 노트로 영화의 출발점은 단순합니다. 대학생 호리이 카에(사와지리 에리카 분)가 새 아파트로 이사를 오고, 거울 뒤에서 우연히 노트 한 권을 발견합니다. 그런데 그 노트가 단순한 메모장이 아니었습니다. 전 주인이 남기고 간 일기장이었고, 쓴 사람은 초등학교 교사 마노 이부키(다케우치 유코 분)였습니다.이 영화의 핵심 장치는 '평행 서사(parallel narrative)'입니다. 평행 서사란 두 개 이상의 시간선이나 인물의 이야기가 동..
별생각 없이 보기시작했다가 끝까지 보게 된 영화가 있습니다. 2005년 제작, 2006년 국내 개봉한 일본 코미디 영화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입니다. 처음엔 그냥 가볍게 볼 수 있는 영화인 줄 알았는데, 다 보고 나서도 며칠 동안 머릿속에서 지워지지가 않았습니다. 특히 라면 가게 사장님 장면은 지금도 가끔 생각납니다. 줄거리와 결말 영화는 거북이 타로에게 밥을 주는 주부 스즈메의 모습으로 시작합니다. 해외에 단신 부임 중인 남편은 안부 전화를 걸어서도 아내 걱정보다 거북이가 밥은 먹었는지를 먼저 묻습니다. 제가 이 오프닝을 보면서 픽 웃었던 이유는, 저도 이런 일상을 아주 잘 알기 때문입니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하루가 쌓여서 사람을 조금씩 투명하게 만드는 느낌, 그게 스즈메한테서 바로..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나가노 메이라는 이름 하나만 보고 재생 버튼을 눌렀는데, 두 남자 사이에서 흔들리는 여고생 이야기가 이렇게까지 몰입감 있게 다가올 줄은 몰랐거든요. 동명의 순정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 은 시골에서 도쿄로 상경한 소녀 스즈메의 첫사랑을 중심으로, 선생님과 동급생 사이에서 벌어지는 삼각 로맨스를 담아낸 청춘 영화입니다. 유치하다고 느낄 수도 있는 소재인데, 제가 봤을 때 오히려 그 유치함이 이 영화의 가장 큰 무기였습니다. 나가노 메이 제가 나가노 메이를 처음 인식한 건 3A에서였습니다. 그때는 그냥 학생 역이 잘 어울리는 배우 정도로만 봤어요. 그러다 에서 다시 만났을 때, 단순히 연기를 잘한다는 수준을 넘어서 이 배우만이 가진 고유한 분위기가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뭐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