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 영화라고 하기에는 자극적인 장면이 없습니다. '화양연화'는 단 한 번의 키스 장면도 없이 관객을 숨막히게 만듭니다. 처음 봤을 때 자극적 장면없이 이렇게 이끌리는 감정을 그려냈다는 것에 놀랐습니다. 1962년 홍콩을 배경으로, 각자의 배우자에게 배신당한 두 사람이 서로에게 스며드는 과정을 왕가위 감독 특유의 미장센(mise-en-scène)으로 담아낸 작품입니다. 대사보다 눈빛이, 설명보다 색깔 하나가 더 많은 것을 말하는 영화입니다. 화양연화, 미장센의 언어 왕가위 감독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 사이에서는 "화양연화가 그의 최고작"이라는 의견이 많은데, 저도 개인적으로 그 말에 동의하는 편입니다. 미장센(mise-en-scène)이란 프레임 안에 배치된 모든 시각적 요소, 즉 조명·색채·배우의 동..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한참 늦게 봤습니다. 부모님 세대 영화라는 선입견 때문이었는데, 막상 보고 나서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1996년작 홍콩영화 첨밀밀은 달콤하다는 뜻의 제목과 달리, 씁쓸하고 긴 여운을 남기는 작품입니다. 장만옥과 여명이라는 두 배우의 10년간의 엇갈림을 따라가다 보면, 이것이 단순한 멜로가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첨밀밀이라는 제목이 담고 있는 것첨밀밀(甜蜜蜜)은 한자 그대로 풀면 '달콤하고 달콤하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蜜은 꿀을 뜻하는 글자로, 꿀처럼 달콤한 상태를 두 번 겹쳐 강조한 형용사입니다. 제목만 보면 설탕 범벅 로맨스가 떠오르는데, 실제로 영화를 보고 나면 그 달콤함이 어디서 오는지, 동시에 왜 그렇게 씁쓸한지를 몸으로 이해하게 됩니다.영어 부제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