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작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봤을 때, 저는 그냥 잔잔한 일본 가족 영화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극장을 나서는 내내 말을 잃었고, 집에 돌아와서도 한참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제78회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된 하야카와 치에 감독의 신작 《르누아르》는, 11세 소녀의 눈으로 죽음을 바라보는 영화입니다. 조용하고 담담하지만, 그 여운은 생각보다 훨씬 오래 남았습니다. 반자전적 성장 드라마일반적으로 성장 드라마라고 하면, 밝고 뜨거운 청춘의 서사를 떠올리기 쉽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르누아르》는 그 반대편에 서 있는 영화였습니다. 주인공 후키(스즈키 유이)가 성장하는 방식은 밝지도, 희망차지도 않습니다. 조금 서글프고, 조금 잔인하며, 무엇보다..
국가가 75세 이상 노인에게 안락사를 권유하는 제도를 배경으로,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2시간 내내 숨죽이며 따라가게 만드는 영화. 일본 개봉 후 한국에도 소개된 이 작품은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카메라 도르 특별 표창, 제95회 아카데미 국제 장편영화상 후보에 오를 만큼 묵직한 울림을 국제 사회에 남겼습니다. '친절한 죽음' — 플랜 75 일반적으로 안락사(euthanasia)라고 하면 말기 환자가 극심한 고통을 피하기 위해 선택하는 마지막 수단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여기서 안락사란 의학적으로 회복 불가능한 상태에서 본인의 자발적 의사로 생을 마감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그러나 속 제도는 이와 결이 다릅니다. 건강 진단도, 의사 소견도, 가족 동의도 필요 없습니다. 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