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개봉 당시 홍콩 박스오피스를 휩쓴 《천장지구》는 지금도 홍콩 영화 황금기를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작품 중 하나입니다. 저는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 "이게 30년 전 영화라고?" 싶었습니다. 유덕화의 눈빛 하나가 대사 열 줄보다 더 많은 것을 말하고 있었습니다. 천장지구, 홍콩 누아르 혹시 '홍콩 누아르(Hong Kong Noir)'라는 장르를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홍콩 누아르란, 1980~90년대 홍콩 영화 특유의 범죄·액션·멜로가 뒤섞인 장르 문법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총성과 눈물이 한 프레임 안에 공존하는 영화들이죠. 《천장지구》는 그 장르의 정점에 있는 작품입니다.연출을 맡은 진목승 감독은 당시 신예였지만, 이 작품 하나로 자신의 이름을 확실히 각인시켰습니다. 제작에는..
1995년 개봉한 왕가위 감독의 는 원래 의 세 번째 에피소드로 기획됐다가 러닝타임 문제로 별도 제작된 작품입니다.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 난해하게 느껴졌었습니다. 스토리를 '따라가는' 영화가 아니라 스토리에 '잠기는' 영화였거든요. 홍콩 반환을 2년 앞두고 만들어진 이 작품은, 화려한 네온사인 뒤에 숨겨진 청춘의 고독을 치명적인 영상미로 그려냈습니다. 타락천사, 킬러와 에이전트 영화의 첫 번째 파트는 킬러 황지민과 그의 동업자 에이전트 이야기입니다. 두 사람은 한 번도 직접 대면하지 않습니다. 에이전트는 임무 현장을 사전 답사해 손으로 직접 그린 조감도(鳥瞰圖)—하늘에서 내려다보듯 공간 전체를 파악한 평면 스케치—를 팩스로 보내고, 황지민은 그 정보를 토대로 움직입니다. 정보를 입력하면 결과를 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