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개봉한 왕가위 감독의 는 원래 의 세 번째 에피소드로 기획됐다가 러닝타임 문제로 별도 제작된 작품입니다.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 난해하게 느껴졌었습니다. 스토리를 '따라가는' 영화가 아니라 스토리에 '잠기는' 영화였거든요. 홍콩 반환을 2년 앞두고 만들어진 이 작품은, 화려한 네온사인 뒤에 숨겨진 청춘의 고독을 치명적인 영상미로 그려냈습니다. 타락천사, 킬러와 에이전트 영화의 첫 번째 파트는 킬러 황지민과 그의 동업자 에이전트 이야기입니다. 두 사람은 한 번도 직접 대면하지 않습니다. 에이전트는 임무 현장을 사전 답사해 손으로 직접 그린 조감도(鳥瞰圖)—하늘에서 내려다보듯 공간 전체를 파악한 평면 스케치—를 팩스로 보내고, 황지민은 그 정보를 토대로 움직입니다. 정보를 입력하면 결과를 출..
무더운 여름 소파에 늘어져 있다가 '중경삼림'이라는 제목을 보고 무심코 영화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OST는 귀에 익은데 정작 한 번도 본 적 없던 영화였는데, 30년이 지난 지금 봐도 전혀 촌스럽지 않았습니다. 오래전 홍콩 여행 중 느꼈던 그 축축하고 역동적인 감성이 그대로 스크린에 담겨 있는 듯 해서 좋았습니다. 이 영화는 멜로인 듯, 멜로가 아닌 듯 묘한 매력이 있는 옴니버스 영화입니다. 청킹 맨션과 홍콩 반환 영화 제목인 '중경삼림(重慶森林)'을 직역하면 '중경의 빌딩 숲'입니다. 중경, 즉 청킹(Chungking)은 홍콩 중심가에 위치한 지역으로, 악명 높은 청킹 맨션이 자리한 곳입니다. 여기서 청킹 맨션이란 1960년대 지어진 복합 건물로, 이민자·여행자·노점상이 뒤섞인 홍콩에서 가장 혼잡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