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극장 불이 켜지고 나서도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공포영화를 보고 나서야 느끼는 그 불쾌한 찝찝함이 남는 영화였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엔 귀신도 살인마도 없습니다. 있는 건 딱 하나, 너무나 그럴듯한 현실뿐이었습니다. 근미래 배경이 만들어낸 현재의 공포영화가 시작되자마자 저는 "아, 이건 SF가 아니구나"라는 걸 직감했습니다. 배경은 분명 근미래 도쿄입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지진이 발생하고, 점멸등이 일렁이는 불안정한 도시. 그런데 이 세계가 낯설지 않습니다. 오히려 지금 우리가 사는 세계에서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그대로 곪은 채 시간만 흐른 것처럼 보였습니다.학교에 AI 감시 체제가 도입되는 장면이 그 출발점입니다. 여기서 판옵티콘(Panopticon)..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아오이 유우 사진을 검색하다가 보게된 영화인데, 두 시간이 채 안 되는 동안 20대 시절 느꼈던 감정들이 불쑥불쑥 올라왔습니다. 2006년 일본에서 개봉한 영화 는 순정만화 원작의 미대생 청춘 이야기인데, 제가 이 영화를 본 건 단순한 호기심이었는데 결국 꽤 오래 생각하게 만든 작품이었습니다. 짝사랑의 구조 제가 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짝사랑을 이렇게 많이?"였습니다. 다섯 명의 등장인물이 저마다 다른 방향을 바라보며 가슴앓이를 하는 구조인데, 보고 있으면 불편할 것 같은데 이상하게 자연스럽습니다.건축과 학생 타케모토는 회화과 신입생 하구미에게 첫눈에 반합니다. 하구미가 헤드폰을 끼고 대형 캔버스에 물감을 뿌리듯 그림을 그리는 장면에서 타케모토가 캔버스 속 벚..
2008년 개봉한 일본 영화, 청춘의 고단한 삶을 그린 영화. 솔직히 처음엔 그냥 맘에 드는 배우, 아오이 유우가 나와서 보기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보고 나서 꽤 오랫동안 여운이 남았습니다. 낭만적인 자아 찾기 여행이 아니라, 아무도 자신을 모르는 곳에서 다시 시작하려는 한 여자의 이야기였으니까요. 상처받기 전에 먼저 떠나는 게 강함인지, 아니면 그냥 도망인지. 이 영화는 그 경계를 조용히 알려줍니다. 전과자가 되기까지 일반적으로 영화 속 주인공이 전과자가 되는 장면은 극적인 선택이나 큰 사건에서 비롯됩니다. 그런데 제가 이 영화를 보면서 예상 밖이었던 건, 스즈코의 전과가 사실상 그녀 다운 선택에서 나왔다는 점이었습니다.전문대를 졸업하고도 직장을 구하지 못한 채 패밀리 레스토랑 아르바이트로 버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