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가 연대로 바뀌는 데 얼마나 걸릴까요. 2005년 일본 영화 《메종 드 히미코》는 그 질문에 꽤 정직하게 답합니다. 처음에는 돈 때문에 게이 양로원에 발을 들인 사오리가, 끝에는 자기 발로 그곳을 향해 걸어가는 이야기입니다. 제가 이 영화를 보고 오래 기억에 남은 건 줄거리가 아니라, 빛바랜 여름 색 같은 화면 분위기였습니다. 사오리의 감정변화 어릴 적 어머니와 자신을 버리고 떠난 아버지. 도장 회사에서 일하며 빚을 갚고 있는 딸 사오리 앞에 어느 날 낯선 남자가 찾아옵니다. 아버지 히미코의 연인 하루히코(오다기리 조)였습니다. 그가 꺼낸 제안은 말기 암 판정을 받은 히미코가 설립한 게이 양로원 '메종 드 히미코'에서 일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사오리가 일을 수락한 건 높은 일당과 유산에 대한 기대 ..
처음 봤을 때는 양조위만 보였습니다. 아휘의 눈빛, 아휘의 침묵, 아휘가 혼자 삼키는 감정들. 그런데 다시 본 「해피 투게더」는 달랐습니다. 화면 속에서 제가 놓쳤던 것은 보영이었고, 그를 다시 마주하고 나서야 이 영화가 왜 이렇게 오래 마음에 남았었는지 이해가 됐습니다. 해피 투게더, 왕가위의 미장센 왕가위 감독의 영화를 처음 접한 건 「중경삼림」이었습니다. 그때부터 느꼈던 것인데, 왕가위 감독은 이야기보다 감정의 질감을 먼저 찍는 사람입니다. 「해피 투게더」도 마찬가지였고, 직접 다시 보니 그것이 더 또렷하게 느껴졌습니다.영화의 원제는 「춘광사설(春光乍洩)」입니다. 구름 사이로 살짝 비치는 봄빛, 혹은 감추고 싶었던 비밀이 스며 나온다는 뜻입니다. 제목 자체가 이미 이 영화의 전부를 말해 주고 있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