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추리 영화를 보면서 눈물을 흘릴 거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범인을 잡는 카타르시스를 기대하고 틀었는데, 끝나고 나서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거든요. 히가시노 게이고 원작의 일본 영화 (2018)는 그런 작품입니다. 추리물인데 추리보다 사람이 먼저 보입니다. 추리 영화라고 생각했는데, 실은 사람 이야기였습니다일반적으로 추리물은 '범인이 누구냐'는 질문을 중심에 놓는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가 직접 이 작품을 보면서 느낀 건 달랐습니다. 이 영화가 진짜로 묻는 건 "왜 이 사람이 이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가"였거든요.영화는 아라카와 강변의 방치된 사체 발견으로 시작합니다. 사후 약 20일이 지나 부패가 심하게 진행된 상태였고, 피해자는 시가 현 히코네시 청소 업체에 근무하는 오시타니 미..
솔직히 저는 히가시노 게이고 하면 《용의자 X의 헌신》이나 《백야행》 같은 서늘하고 치밀한 미스터리만 쓰는 작가라고 단정 짓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처음 접했을 때, 이렇게 따뜻한 이야기가 같은 작가 손에서 나왔다는 사실이 꽤 놀라웠습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이게 정말 미스터리 소설인가?" 싶을 정도로 구성이 정교했고, 다 보고 난 뒤에도 한동안 자리를 못했습니다. 시간여행, 인연의 방정식이 영화를 처음 보는 분들이 가장 혼란스러워하는 부분이 바로 시간 구조입니다. 제가 처음 봤을 때도 마찬가지였는데, 도둑 세 명이 숨어든 폐가에서 32년 전 편지가 날아온다는 설정이 처음엔 그냥 판타지 장치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이야기가 쌓이면서 이게 단순한 판타지가 아니라 촘촘하게 짜..
범인을 찾는 이야기라기 보다는 왜 그 범죄를 저질렀는지를 말해주는 영화. 저는 이 영화를 보고 엔딩 장면에서 멍하니 있었습니다. 안타깝다고 해야할지, 당연한 결말이라고 해야할지. 완벽한 논리로 쌓아올린 사랑이 결국 그 논리 때문에 무너지는 장면을 보고 나니, 한참동안 말문이 막혔습니다. 와이더닛, 알리바이 트릭보통 추리물은 "누가 죽였나"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진실에 도달합니다. 범인을 특정하는 순간 카타르시스가 온다는 게 장르의 오래된 공식이죠. 그런데 이 영화는 처음부터 범인을 보여주고 시작합니다. 관객은 야스코 모녀가 우발적으로 전남편 도가시를 살해했다는 사실을 처음부터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 영화가 던지는 화두는 전혀 다른 곳에 있습니다.여기서 와이더닛(Whydunit)이라는 개념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