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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노스케 이야기 (삼바동아리, 카토, 쇼코)

솔직히 말하면, 처음 두 시간 넘는 러닝타임을 보고 살짝 겁을 먹었습니다. 대체 뭔 이야기길래 2시간 40분이나 하지, 싶어서 초반엔 딴생각도 했고요. 그런데 다 보고 나니 오히려 조금 더 있었으면 했습니다. 요노스케라는 사람이 그 정도로 마음 안에 들어와버렸거든요. 삼바 동아리, 착각, 그리고 요노스케영화는 1980년대 후반, 일본의 버블경제(バブル경제) 시절을 배경으로 합니다. 버블경제란 실체보다 자산 가격이 과도하게 부풀어 오른 경제 상태를 가리키는 말로, 당시 일본은 지가와 주가가 동시에 폭등하며 소비와 욕망이 극에 달한 시기였습니다. 영화는 그 시대의 헤어스타일과 옷차림, 거리 풍경까지 꼼꼼하게 복원해 놓아서 보는 내내 시대극을 보는 쾌감이 있었습니다.나가사키에서 도쿄로 올라온 요노스케는 대학..

카테고리 없음 2026. 9. 29. 10:53
태풍 클럽 리뷰 (작가주의, 청춘의 고뇌, 롱테이크)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극장에서 상영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만 해도 "1985년 일본 영화를 왜 지금?"이라는 의문부터 들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자리에 앉아 두 시간을 보내고 나서, 저는 한동안 좌석에서 일어나질 못했습니다. 소마이 신지 감독의 은 태풍이 몰아치는 주말, 학교에 고립된 중학생들의 하룻밤을 그리는 영화입니다. 그런데 이 영화가 진짜 말하고 싶은 건 비바람이 아닙니다. 바람도 왜곡을 풀지 못하고, 폭우도 결핍을 채우진 못한다는 것—태풍 끝에 남은 것이 무엇인지를, 영화는 끝까지 관객에게 되묻습니다. 작가주의 연출이 포착한 청춘의 실제 얼굴저는 영화를 보고, 처음 10분간은 당황스러웠습니다. 수영장에서 남학우를 로프로 묶어 물에 담갔다 꺼냈다 반복하는 아이들, 교복 차림으로 아무렇지..

카테고리 없음 2026. 9. 20. 22:13
우리는 모두 어른이 될 수 없었다 (노스탤지어, 포스트버블, 성장)

어른이 된다는 게 정말 성장한 것일까요. 저는 이 영화를 보고 나서 한동안 그 질문을 머릿속에서 떨쳐낼 수가 없었습니다. 영화 는 2021년 공개 직후 잔잔하게, 그러나 꽤 깊숙이 마음을 건드렸던 작품입니다. 광고와 뮤직비디오로 영상 감각을 쌓아온 모리 요시히로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완성도 있는 연출이었습니다. 시간을 거꾸로 걸어가는 남자의 이야기처음엔 이 영화가 '그냥 첫사랑 회상 멜로드라마겠지'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시작하자마자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습니다.영화는 역연대기적 구성(reverse chronological structure), 그러니까 현재에서 과거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방식으로 서사를 이어갑니다. 여기서 역연대기적 구성이란 결말에서 출발해 점점 원인을 향..

카테고리 없음 2026. 9. 17. 10:06
키리시마가 동아리 활동 그만둔대 (부재, 히로키, 마에다)

잘나가던 친구가 갑자기 사라졌을 때, 주변이 얼마나 흔들리는지 저는 고등학교 때 직접 겪어봤습니다. 그 애가 없으니까 우리 무리의 서열이 바뀌고, 점심 자리가 바뀌고. 요시다 다이하치 감독의 는 정확히 그 감성을 건드립니다. 2013년 일본 아카데미 최우수 작품상을 받은 이 영화, 보고 나서 한참 생각했습니다. 키리시마의 부재가 만든 균열영화는 배구부 에이스 키리시마가 동아리를 그만뒀다는 소식 하나로 시작합니다. 그런데 이상한 건, 키리시마가 화면에 단 한 번도 제대로 등장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 영화에서 키리시마는 일종의 맥거핀(MacGuffin)으로 기능합니다. 여기서 맥거핀이란 이야기를 움직이게 하는 장치이지만, 그 자체로는 실질적인 의미가 없는 요소를 말합니다. 알프레드 히치콕이 즐겨 쓰던 기..

카테고리 없음 2026. 9. 15. 23:43
해피엔드 (근미래 배경, 정체성 갈등, 성장 서사)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극장 불이 켜지고 나서도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공포영화를 보고 나서야 느끼는 그 불쾌한 찝찝함이 남는 영화였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엔 귀신도 살인마도 없습니다. 있는 건 딱 하나, 너무나 그럴듯한 현실뿐이었습니다. 근미래 배경이 만들어낸 현재의 공포영화가 시작되자마자 저는 "아, 이건 SF가 아니구나"라는 걸 직감했습니다. 배경은 분명 근미래 도쿄입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지진이 발생하고, 점멸등이 일렁이는 불안정한 도시. 그런데 이 세계가 낯설지 않습니다. 오히려 지금 우리가 사는 세계에서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그대로 곪은 채 시간만 흐른 것처럼 보였습니다.학교에 AI 감시 체제가 도입되는 장면이 그 출발점입니다. 여기서 판옵티콘(Panopticon)..

카테고리 없음 2026. 8. 25. 23:40
허니와 클로버 (짝사랑, 청춘, 아오이유우)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아오이 유우 사진을 검색하다가 보게된 영화인데, 두 시간이 채 안 되는 동안 20대 시절 느꼈던 감정들이 불쑥불쑥 올라왔습니다. 2006년 일본에서 개봉한 영화 는 순정만화 원작의 미대생 청춘 이야기인데, 제가 이 영화를 본 건 단순한 호기심이었는데 결국 꽤 오래 생각하게 만든 작품이었습니다. 짝사랑의 구조 제가 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짝사랑을 이렇게 많이?"였습니다. 다섯 명의 등장인물이 저마다 다른 방향을 바라보며 가슴앓이를 하는 구조인데, 보고 있으면 불편할 것 같은데 이상하게 자연스럽습니다.건축과 학생 타케모토는 회화과 신입생 하구미에게 첫눈에 반합니다. 하구미가 헤드폰을 끼고 대형 캔버스에 물감을 뿌리듯 그림을 그리는 장면에서 타케모토가 캔버스 속 벚..

카테고리 없음 2026. 8. 14. 20:22
백만엔 걸 스즈코 (전과자, 도망, 성장)

2008년 개봉한 일본 영화, 청춘의 고단한 삶을 그린 영화. 솔직히 처음엔 그냥 맘에 드는 배우, 아오이 유우가 나와서 보기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보고 나서 꽤 오랫동안 여운이 남았습니다. 낭만적인 자아 찾기 여행이 아니라, 아무도 자신을 모르는 곳에서 다시 시작하려는 한 여자의 이야기였으니까요. 상처받기 전에 먼저 떠나는 게 강함인지, 아니면 그냥 도망인지. 이 영화는 그 경계를 조용히 알려줍니다. 전과자가 되기까지 일반적으로 영화 속 주인공이 전과자가 되는 장면은 극적인 선택이나 큰 사건에서 비롯됩니다. 그런데 제가 이 영화를 보면서 예상 밖이었던 건, 스즈코의 전과가 사실상 그녀 다운 선택에서 나왔다는 점이었습니다.전문대를 졸업하고도 직장을 구하지 못한 채 패밀리 레스토랑 아르바이트로 버티..

카테고리 없음 2026. 7. 23.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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