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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 (시간 역행, 서사 구조, 감정선)

첫 만남이 동시에 마지막 만남이라면, 그 사랑을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영화 를 처음 봤을 때 저는 이 질문을 그냥 흘려보냈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10분이 지나고 나서야, 에미가 처음부터 내내 울고 있었던 이유를 비로소 이해했습니다. 원제 . 제목 자체가 이미 답을 품고 있었는데 저는 끝날 때까지 몰랐습니다. 시간 역행 설정, 서사 구조 영화에는 타임 루프(time loop)나 과거 회귀처럼 주인공이 능동적으로 시간을 조작하는 장치가 없습니다. 타임 루프란 특정 시점이 반복되는 구조를 말하는데, 이 작품은 그 반대입니다. 두 사람의 시간 자체가 애초에 반대 방향으로 흐르고, 그 흐름을 바꿀 방법은 없습니다. 미술대학에 다니는 스무 살 미나미야마 타카토시의 시간은 미래를 향해 흐르고, 후쿠쥬 ..

카테고리 없음 2026. 7. 30. 09:18
남은 인생 10년 (줄거리, 출연진, 결말)

수만 명 중 단 1명만 걸린다는 폐동맥성 폐고혈압증(PAH) 진단을 스무 살에 받는다는 설정, 처음엔 그냥 신파 영화겠거니 했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가 실제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는 보는 내내 시선을 떼지 못했습니다. 줄거리 일반적으로 시한부 영화라고 하면 주인공이 서서히 무너지는 과정을 보여주는 전개를 떠올리기 마련입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오히려 죽음을 앞둔 마츠리(고마츠 나나)가 살고 싶어 발버둥 치는 쪽이 아니라, 스스로 삶을 포기하려던 카즈토(사카구치 켄타로)를 붙잡아 세우는 구조로 시작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마츠리는 2년간의 병원 생활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뒤 중학교 동창회에 참석합니다. 그 자리에서 베란다 난간에 올라선 카즈토를 ..

카테고리 없음 2026. 7. 29. 18:26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고레에다 히로카즈, 신칸센, 가루칸)

부모님의 이혼으로 생이별한 초등학생 형제가 "신칸센 두 열차가 처음 교차하는 순간 기적이 일어난다"는 소문을 믿고 구마모토로 비밀 여행을 떠납니다. 처음 이 영화 줄거리를 접했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아이들의 허무맹랑한 모험담인 줄 알았는데, 다 보고 나서 한참을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고레에다, 신칸센 개통이 영화는 첫 장면부터 범상치 않습니다. 활화산인 사쿠라지마(桜島)가 내뿜는 화산재가 눈처럼 내리는 가고시마 골목에서 코이치가 빨래를 걷어 들이는 장면으로 시작하거든요. 사쿠라지마는 실제로 연간 수백 회 소규모 분화를 반복하는 일본의 대표적인 활화산으로, 가고시마 시민들은 매일 화산재 청소를 생활의 일부로 받아들이며 살아갑니다(출처: 가고시마시 공식 홈페이지). 그 지긋지긋한 화산재가..

카테고리 없음 2026. 7. 29. 15:50
냉정과 열정사이 (원작소설, OST, 촬영지)

2001년 개봉한 영화 한 편의 OST가 아직도 한국 사람들의 귀에 익숙하다면, 그 힘이 얼마나 대단한 건지 실감하게 됩니다. 저는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가 고등학생 때였는데, 피렌체 두오모 옥상 장면에서 멍하니 화면을 바라봤고, OST가 너무 좋아서 앨범을 사서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 2026년에 다시 보니, 그때와는 또 다른 무게로 가슴에 남습니다. 원작 소설과 영화 냉정과 열정사이를 검색하면 영화 정보가 먼저 뜨는데, 사실 이 작품은 소설이 먼저입니다. 1999년 일본에서 출판된 원작은 한 권짜리가 아니라 두 권으로 나뉜 동시 출간물이었습니다. 츠지 히토나리(辻仁成)가 남자 주인공 준세이의 시점으로 쓴 「냉정 Blu」, 에쿠니 가오리(江國香織)가 여자 주인공 아오이의 시점으로 쓴 「열정 R..

카테고리 없음 2026. 7. 28. 14:25
앳 홈 At Home 리뷰 (가족의 정의, 비혈연 가족, 휴먼 드라마)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다섯 명이 한 지붕 아래 모여 진짜 가족이 됩니다. 그것도 도둑과 꽃뱀과 학대받은 아이들이 주인공인 영화에서 말이지요. 솔직히 처음 줄거리를 대충 읽어보고 코믹 범죄물이겠거니 생각했는데, 막상 보고 나니 생각과 달리 영화의 장면들이 가슴에 오래 남았습니다. 가족의 정의: 상처가 묶어준 사람들일반적으로 가족이란 혈연 또는 법적 관계로 맺어진 집단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가족사회학(family sociology)에서도 전통적으로는 혈연·혼인·입양을 가족 구성의 3대 조건으로 분류합니다. 여기서 가족사회학이란 가족이라는 집단이 사회 안에서 어떻게 형성되고 기능하는지를 연구하는 학문 분야입니다. 그런데 영화 '앳 홈 At Home'은 이 통념을 정면으로 흔듭니다.제가 영화를 보면서 가..

카테고리 없음 2026. 7. 28. 10:05
일본 영화 "안경" (슬로라이프, 빙수, 힐링영화)

쉬러 갔다가 오히려 더 피곤해진 적이 있으십니까? 저는 있습니다. 그것도 꽤 여러 번. 일본에서 일하던 시절, 번아웃이 왔을 때 우연히 틀어놓은 영화 한 편이 그 질문에 조용히 답을 줬습니다.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2007년작 이었습니다. 쉬러 간 섬에서 주인공 타에코는 딱 제가 좋아하는 휴가 스타일의 사람입니다. 아무도 말 걸지 않는 곳, 휴대전화도 안 터지는 곳, 그냥 혼자 조용히 책이나 읽다가 오는 것. 그 계획을 들고 남쪽 바닷가 섬의 작은 펜션을 예약합니다.그런데 도착하자마자 일이 틀어집니다. 여관 주인 유지는 엉성한 손그림 지도를 공항에 남겨두고, 타에코는 그 지도를 어렵지 않게 읽어 펜션을 찾아옵니다. 유지는 그 모습을 보고 "당신은 이 마을에서 살 자격이 있다"라고 말합니다. 의미심장..

카테고리 없음 2026. 7. 27. 14:49
버니 드롭 (장례식, 부성애, 아시다 마나)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데스노트의 L로 각인된 마츠야마 켄이치가 6살짜리 아이를 떠맡은 허둥지둥 청년을 연기한다는 것도 그렇고, 아시다 마나가 또 한 번 심장을 건드린다는 것도요. 일반적으로 육아 영화라고 하면 눈물 짜내는 신파가 먼저 떠오르는데, 버니 드롭은 그 기대를 보기 좋게 빗나갔습니다. 장례식장에서 시작해 학예회로 끝나는 이 작품, 보고 뭉클한 감동이 밀려왔습니다. 장례식장에서 제가 처음 이 영화를 보게 된 건 아시다 마나 때문이었습니다. 드라마 마더에서 그 아이를 보고 완전히 반해버렸거든요. 자연스럽게 버니 드롭으로 흘러왔는데, 도입부부터 예상을 벗어났습니다.27살 미혼 직장인 다이키치는 외할아버지의 부고를 듣고 장례식에 참석합니다. 그런데 거기서 낯선 꼬마 여자아이를 만나죠. 카가..

카테고리 없음 2026. 7. 27. 08:22
사일런트 러브 (침묵의 사랑, 야마다 료스케, 히사이시 조)

유튜브 주제곡 조회수 2,290만 회. 숫자만 보고는 그냥 지나쳤는데, 막상 영화를 보고 나서 그 숫자가 왜 나왔는지 이해했습니다. 목소리를 잃은 남자와 시력을 잃은 여자가 말 한마디 없이 서로에게 닿아가는 이야기, . 보고 나서 한동안 조용히 앉아 있었습니다. 침묵의 사랑 영화는 대사 대신 눈빛과 행동으로 감정을 쌓아 올립니다. 청소부로 일하며 무기력하게 살아가던 아오이(야마다 료스케)가 옥상에서 투신하려는 미카(하마베 미나미)를 막아서는 첫 장면부터, 두 사람 사이엔 단 한마디 말도 없습니다. 그런데 그게 이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더 많은 것이 전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이 영화에서 핵심적으로 작동하는 개념이 바로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Non-verbal Communication)입니다. 여기서 ..

카테고리 없음 2026. 7. 26. 11:05
용의자 X의 헌신 (와이더닛, 알리바이 트릭, 헌신의 윤리)

범인을 찾는 이야기라기 보다는 왜 그 범죄를 저질렀는지를 말해주는 영화. 저는 이 영화를 보고 엔딩 장면에서 멍하니 있었습니다. 안타깝다고 해야할지, 당연한 결말이라고 해야할지. 완벽한 논리로 쌓아올린 사랑이 결국 그 논리 때문에 무너지는 장면을 보고 나니, 한참동안 말문이 막혔습니다. 와이더닛, 알리바이 트릭보통 추리물은 "누가 죽였나"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진실에 도달합니다. 범인을 특정하는 순간 카타르시스가 온다는 게 장르의 오래된 공식이죠. 그런데 이 영화는 처음부터 범인을 보여주고 시작합니다. 관객은 야스코 모녀가 우발적으로 전남편 도가시를 살해했다는 사실을 처음부터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 영화가 던지는 화두는 전혀 다른 곳에 있습니다.여기서 와이더닛(Whydunit)이라는 개념이 ..

카테고리 없음 2026. 7. 26. 07:35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 (번아웃, 블랙기업, 직장인영화)

"도망치면 지는 거다"라는 말,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요? 저는 이 영화를 보고 나서 그 말이 얼마나 많은 사람을 갉아먹어 왔는지 새삼 실감했습니다. 월 150시간 무급 야근이 당연한 블랙기업(Black Company), 즉 노동자를 소모품처럼 취급하는 악덕 기업을 배경으로 한 일본 영화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 제목만 보면 가벼운 코미디 같지만, 실제로 보고 나면 웃을 수 없는 장면이 한두 곳이 아닙니다. 번아웃, 그냥 피곤한 게 아닙니다영화 속 주인공 다카시는 전형적인 번아웃(Burnout) 상태입니다. 번아웃이란 단순한 피로와는 다릅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9년 번아웃을 국제질병분류(ICD-11)에 공식 직업 현상으로 등재했는데, "만성적 직장 스트레스..

카테고리 없음 2026. 7. 25.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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