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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텐텐 (오다기리죠, 도쿄산책, 힐링영화)

빚쟁이한테 돈을 갚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빚쟁이한테 돈을 받으며 같이 산책을 한다면 어떨까요? 이 영화는 특유의 엉뚱한 유머와 잔잔함이 있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마음이 뭉클해 지는 영화. 일본 영화 '텐텐(轉轉)'은 정처없이 이리저리 걷는 그런 영화입니다. 빚쟁이와 산책, 이상한 설정 빚쟁이가 채무자한테 100만 엔을 주면서 같이 걷자고 하는 설정이 처음에는 너무 이상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보고 나니 그 설정이 아주 정교하게 잘 짜여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대학교 8학년 후미야(오다기리 죠)는 어릴 적 부모에게 버림받고 혼자 살아가는 인물입니다. 학자금을 마련하려다 사채에 손을 댔고, 결국 84만 엔이라는 빚더미에 앉아 몸을 팔아야 할지도 모를 상황까지 몰립니다. 그 ..

카테고리 없음 2026. 7. 20. 02:56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카메라 장면, 고레에다 연출, 결말 해석)

영화를 다 보고 나서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정확히는 료타가 카메라 메모리를 열어보는 그 장면에서 뭔가가 무너지는 느낌이었는데, 왜 그런지 한참 후에야 정리가 됐습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는 핏줄과 시간 사이에서 "진짜 아버지란 무엇인가"를 묻는 영화입니다. 결말의 카메라 사진 한 컷이 그 질문에 가장 잔인하고 정확하게 답하고있습니다. 엘리트 아버지 료타, 그리고 6년의 균열처음에는 료타가 그냥 나쁜 아버지 캐릭터로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보면 볼수록 그가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 보입니다. 그는 나름의 방식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었고, 그 방식이 문제였던 것입니다.대형 건설사 엘리트 사원 료타(후쿠야마 마사하루)는 아내 미도리, 아들 케이타와 함께 삽니다. 흠잡을 곳 없는 아파트,..

카테고리 없음 2026. 7. 18. 10:50
레옹 리뷰 (뤽베송 연출, 나탈리포트만, 게리올드만)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 저는 중학생이었습니다. 그때는 멋진 액션과 마틸다의 당돌한 눈빛에 그냥 빠졌는데, 최근에 다시 보니 전혀 다른 영화처럼 느껴졌습니다. 뤽 베송 감독의 1994년작 은 단순한 범죄 액션이 아니라,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두 사람이 서로를 구원하는 이야기입니다. 이 글에서는 연출의 힘, 두 캐릭터가 만들어내는 서사 구조, 그리고 이 영화가 30년이 지난 지금도 회자되는 이유를 제 경험을 바탕으로 풀어보겠습니다. 1994년 뤽 베송, 왜 지금 봐도 촌스럽지 않은가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30년 전 영화를 다시 보면서 촌스러운 느낌이 있을 줄 알았는데, 오프닝 시퀀스가 시작되는 순간 그 생각이 싹 사라졌습니다. 차가운 뉴욕 골목을 롱숏으로 천천히 훑으며 시작되는 그 첫 장면은 지..

카테고리 없음 2026. 7. 16. 15:36
중경삼림 (홍콩 반환, 유통기한, 옴니버스)

무더운 여름 소파에 늘어져 있다가 '중경삼림'이라는 제목을 보고 무심코 영화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OST는 귀에 익은데 정작 한 번도 본 적 없던 영화였는데, 30년이 지난 지금 봐도 전혀 촌스럽지 않았습니다. 오래전 홍콩 여행 중 느꼈던 그 축축하고 역동적인 감성이 그대로 스크린에 담겨 있는 듯 해서 좋았습니다. 이 영화는 멜로인 듯, 멜로가 아닌 듯 묘한 매력이 있는 옴니버스 영화입니다. 청킹 맨션과 홍콩 반환 영화 제목인 '중경삼림(重慶森林)'을 직역하면 '중경의 빌딩 숲'입니다. 중경, 즉 청킹(Chungking)은 홍콩 중심가에 위치한 지역으로, 악명 높은 청킹 맨션이 자리한 곳입니다. 여기서 청킹 맨션이란 1960년대 지어진 복합 건물로, 이민자·여행자·노점상이 뒤섞인 홍콩에서 가장 혼잡한 ..

카테고리 없음 2026. 7. 12. 21:40
아비정전 영화 (발 없는 새, 맘보춤, 엇갈림)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한 번쯤 "이 순간을 영원히 기억할 거야"라고 말해본 적 있으신가요. 저는 〈아비정전〉을 처음 봤을 때 오히려 그 반대 느낌을 받았습니다. 아비가 수리진에게 건네는 1분의 약속은 사랑의 시작이 아니라, 상실을 미리 박제해두는 일종의 자기방어였습니다. 왕가위 감독의 1990년 작 〈아비정전〉은 뿌리 없는 한 청년이 사랑도 정체성도 잃어가는 과정을 초록빛 습기 속에 가두어 둔 영화입니다. 발 없는 새 — 처음부터 예고된 결말영화는 시작과 동시에 결말을 슬며시 내보입니다. 안개 낀 열대 밀림이 느린 카메라에 실려 흐르고, 서정적인 기타 선율 위로 제목이 떠오릅니다. 처음엔 그냥 분위기 연출이라고 생각했는데, 영화가 끝나고 나서야 그 밀림이 아비가 죽기 직전 기차 차창 밖으로 바라본 마지..

카테고리 없음 2026. 7. 12.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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