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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원 (쇼와 직업윤리, 호로마이역, 타카쿠라 켄)

평생을 가족보다 철도에 먼저인 남자, 과연 그걸 직업정신이라 불러야 할까요, 아니면 도피라 불러야 할까요. 1999년에 개봉한 후루하타 야스오 감독의 영화 「철도원」을 처음 봤을 때 저는 그 질문조차 떠올리지 못했습니다. 그냥 눈물만 흘렸거든요. 근데 세월이 지나서 다시 보니, 이 영화가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됐습니다. 쇼와 직업윤리 영화를 다시 보게 된 건 우연이었습니다. 유튜브 알고리즘이 알려줘서 티빙에서 봤는데, 시작하고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오토마쓰가 플랫폼에서 깃발을 드는 그 장면 때문이었어요. 죽은 딸을 안고 돌아오는 열차를 향해서 말입니다.당시에는 그 장면이 '대단한 프로 정신'으로 보였습니다. 지금은 다르게 보입니다. 오토마쓰는 철도를 선택한 게 아니라, 시..

카테고리 없음 2026. 8. 3. 07:26
앙 단팥 인생 이야기 (편견, 치유, 삶의 의미)

조용한 영화 한 편이 며칠째 머릿속을 떠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저에게 「앙: 단팥 인생 이야기」가 딱 그랬습니다. 처음엔 도라야키를 만드는 따뜻한 음식 영화인 줄 알았는데, 다 보고 나서는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삶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라는 질문을 이렇게 조용히 던져주는 영화가 또 있을까 싶었습니다. 편견이라는 보이지 않는 벽 솔직히 고백하자면, 도쿠에 할머니가 처음 등장했을 때 저도 모르게 '저분은 좀 이상한 건 아닌가?'라고 생각했습니다. 손가락이 심하게 뒤틀린 채 일흔여섯의 나이로 아르바이트를 지원하는 모습이 낯설게 느껴졌던 거죠. 그런데 영화가 진행될수록 그 판단이 얼마나 얄팍한 것이었는지 스스로 부끄러워졌습니다.영화는 도쿠에의 과거를 통해 한센병(Hansen's disease) ..

카테고리 없음 2026. 8. 2. 20:52
걸어도 걸어도 (가족애도, 뒤늦은후회, 고레에다히로카즈)

솔직히 저는 이 영화 초반부는 너무 심심하게 느껴졌습니다. 특별한 사건이 없어서 단조로웠거든요. 그런데 끝까지 보니,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는 장남의 기일에 모인 하루동안의 가족의 이야기입니다. 극적인 사건은 없지만 그 속에 아주 날카로운 진실이 숨어 있었습니다. 가족애도, 우리를 불편하게 만드는 이유영화를 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가족, 어딘가에서 본 것 같다.' 아버지 쿄헤이는 의사로서의 삶에 모든 자부심을 걸었던 사람입니다. 장남 준페이가 세상을 떠나고 나서도, 차남 료타에게 의업을 이어 달라는 기대를 내려놓지 못합니다. 겉으로는 말을 아끼지만, 료타가 미술품 복원 일을 한다고 하면 식탁에 미묘한 침묵이 깔립니다. 저도 겪어봤는데, 그 침묵이 백 마디 잔..

카테고리 없음 2026. 8. 2. 01:39
행복 목욕탕 (살신성인, 혈연초월, 엄마의유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제목만 보고 따뜻한 가족 드라마 정도로 짐작했는데, 영화를 다 보고 나서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죽음을 선고받은 엄마가 남은 시간을 어떻게 쓰는지 보여주는 이 영화는, 신파로 흘러갈 법한 모든 순간을 후타바(미야자와 리에)의 단단함으로 부여잡습니다. 불치병, 왕따, 외도, 배 다른 형제까지 막장 요소가 총집합인데도 이상하게 마음이 무너지지 않고 오히려 단단해지는 느낌이 드는 영화였습니다. 배경과 맥락 제가 이 영화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목욕탕이라는 공간이었습니다.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가족의 상태를 보여주는 바로미터로 기능하는데, 남편 카즈히로(오다기리 조)가 사라진 뒤 굴뚝에서 연기가 끊기는 장면이 그걸 압축적으로 보여줍니다.카즈히로가 혼자 집을 나..

카테고리 없음 2026. 8. 1. 23:42
기도의 막이 내릴 때 (추리, 휴먼드라마, 가가시리즈)

솔직히 저는 추리 영화를 보면서 눈물을 흘릴 거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범인을 잡는 카타르시스를 기대하고 틀었는데, 끝나고 나서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거든요. 히가시노 게이고 원작의 일본 영화 (2018)는 그런 작품입니다. 추리물인데 추리보다 사람이 먼저 보입니다. 추리 영화라고 생각했는데, 실은 사람 이야기였습니다일반적으로 추리물은 '범인이 누구냐'는 질문을 중심에 놓는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가 직접 이 작품을 보면서 느낀 건 달랐습니다. 이 영화가 진짜로 묻는 건 "왜 이 사람이 이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가"였거든요.영화는 아라카와 강변의 방치된 사체 발견으로 시작합니다. 사후 약 20일이 지나 부패가 심하게 진행된 상태였고, 피해자는 시가 현 히코네시 청소 업체에 근무하는 오시타니 미..

카테고리 없음 2026. 7. 31. 11:39
작년 겨울 너와 이별 (줄거리, 반전, 복수극)

사랑 이야기인 줄 알았던 영화의 진짜 정체는 치밀하게 설계된 복수극이었습니다. 2018년 개봉작 은 아쿠타가와상 수상 작가 나카무라 후미노리의 동명 소설이 원작입니다. 나카무라 후미노리는 일본 순문학 최고 권위인 아쿠타가와상을 받은 작가로, 인간의 어두운 내면을 극도로 절제된 문체로 파고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처음 제목만 보고 멜로물이라 지레짐작했다가,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 여운이 꽤 오래갔습니다. 줄거리: 취재에서 시작된 함정영화는 유명 사진작가 키하라가 맹인 모델 사망 사건으로 수감되었다가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장면에서 시작됩니다. 프리랜서 르포 작가 쿄스케(극 중 이름 야쿠모)는 이 사건을 파헤쳐 연재 기사를 쓰겠다며 주간지 편집부장 코바야시를 찾아갑..

카테고리 없음 2026. 7. 31. 07:41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시간여행, 인연의 구조, 백지 편지)

솔직히 저는 히가시노 게이고 하면 《용의자 X의 헌신》이나 《백야행》 같은 서늘하고 치밀한 미스터리만 쓰는 작가라고 단정 짓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처음 접했을 때, 이렇게 따뜻한 이야기가 같은 작가 손에서 나왔다는 사실이 꽤 놀라웠습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이게 정말 미스터리 소설인가?" 싶을 정도로 구성이 정교했고, 다 보고 난 뒤에도 한동안 자리를 못했습니다. 시간여행, 인연의 방정식이 영화를 처음 보는 분들이 가장 혼란스러워하는 부분이 바로 시간 구조입니다. 제가 처음 봤을 때도 마찬가지였는데, 도둑 세 명이 숨어든 폐가에서 32년 전 편지가 날아온다는 설정이 처음엔 그냥 판타지 장치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이야기가 쌓이면서 이게 단순한 판타지가 아니라 촘촘하게 짜..

카테고리 없음 2026. 7. 30. 15:49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 (시간 역행, 서사 구조, 감정선)

첫 만남이 동시에 마지막 만남이라면, 그 사랑을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영화 를 처음 봤을 때 저는 이 질문을 그냥 흘려보냈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10분이 지나고 나서야, 에미가 처음부터 내내 울고 있었던 이유를 비로소 이해했습니다. 원제 . 제목 자체가 이미 답을 품고 있었는데 저는 끝날 때까지 몰랐습니다. 시간 역행 설정, 서사 구조 영화에는 타임 루프(time loop)나 과거 회귀처럼 주인공이 능동적으로 시간을 조작하는 장치가 없습니다. 타임 루프란 특정 시점이 반복되는 구조를 말하는데, 이 작품은 그 반대입니다. 두 사람의 시간 자체가 애초에 반대 방향으로 흐르고, 그 흐름을 바꿀 방법은 없습니다. 미술대학에 다니는 스무 살 미나미야마 타카토시의 시간은 미래를 향해 흐르고, 후쿠쥬 ..

카테고리 없음 2026. 7. 30. 09:18
남은 인생 10년 (줄거리, 출연진, 결말)

수만 명 중 단 1명만 걸린다는 폐동맥성 폐고혈압증(PAH) 진단을 스무 살에 받는다는 설정, 처음엔 그냥 신파 영화겠거니 했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가 실제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는 보는 내내 시선을 떼지 못했습니다. 줄거리 일반적으로 시한부 영화라고 하면 주인공이 서서히 무너지는 과정을 보여주는 전개를 떠올리기 마련입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오히려 죽음을 앞둔 마츠리(고마츠 나나)가 살고 싶어 발버둥 치는 쪽이 아니라, 스스로 삶을 포기하려던 카즈토(사카구치 켄타로)를 붙잡아 세우는 구조로 시작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마츠리는 2년간의 병원 생활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뒤 중학교 동창회에 참석합니다. 그 자리에서 베란다 난간에 올라선 카즈토를 ..

카테고리 없음 2026. 7. 29. 18:26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고레에다 히로카즈, 신칸센, 가루칸)

부모님의 이혼으로 생이별한 초등학생 형제가 "신칸센 두 열차가 처음 교차하는 순간 기적이 일어난다"는 소문을 믿고 구마모토로 비밀 여행을 떠납니다. 처음 이 영화 줄거리를 접했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아이들의 허무맹랑한 모험담인 줄 알았는데, 다 보고 나서 한참을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고레에다, 신칸센 개통이 영화는 첫 장면부터 범상치 않습니다. 활화산인 사쿠라지마(桜島)가 내뿜는 화산재가 눈처럼 내리는 가고시마 골목에서 코이치가 빨래를 걷어 들이는 장면으로 시작하거든요. 사쿠라지마는 실제로 연간 수백 회 소규모 분화를 반복하는 일본의 대표적인 활화산으로, 가고시마 시민들은 매일 화산재 청소를 생활의 일부로 받아들이며 살아갑니다(출처: 가고시마시 공식 홈페이지). 그 지긋지긋한 화산재가..

카테고리 없음 2026. 7. 29.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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