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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얼굴로는 울 수 없어 (15년 바디체인지, 열린결말, 동지애)

바디체인지 영화라고 하면 으레 웃음과 설렘이 가득한 로맨틱 코미디를 떠올리지 않습니까?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극장에서 나오면서 제가 받아든 건 웃음이 아니라, 꽤 오랫동안 씹히는 묵직한 여운이었습니다. 2026년 일본 영화 는 바디체인지라는 소재를 쓰면서도, 그 결이 전혀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었습니다. 15년 바디체인지일반적으로 바디체인지물이라고 하면 며칠, 길어봤자 몇 주 안에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사랑에 빠지는 구조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건 좀 다릅니다. 에서 사카하라와 미즈무라의 몸이 바뀐 시간은 무려 15년입니다.열다섯 살 여름에 시작된 이 상황은 학교생활, 취업, 연애, 가족의 죽음까지 인생에서 가장 밀도 높은 순간들을 그대로 관통합니다. 처음에는 저도 "이 정도면 슬슬 해결되겠지" ..

카테고리 없음 2026. 9. 23. 17:05
신칸센 대폭파 (직업윤리, 시스템 신뢰, 스피드 원작)

1975년 '신칸센 대폭파'의 후속작으로 25년에 공개된 버전입니다. 저는 처음에 반신반의하면서 보게되었는데, 두 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이 전혀 길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미국 액션 영화와는 결이 완전히 다른, 그러면서도 훨씬 묵직한 무언가를 남기는 영화였습니다. 직업윤리 신아오모리역을 출발해 도쿄로 향하는 신칸센 하야부사 60호(5060B)에 폭탄이 설치됩니다. 시속 100km 아래로 속도가 떨어지면 즉시 폭발한다는 조건입니다. 협박범은 자신의 말을 증명하기 위해 화물열차에도 동일한 폭탄을 설치했고, 실제로 터뜨려 보입니다. 요구 금액은 1,000억 엔, 한화로 약 1조 70억 원이었습니다.이 설정 자체는 '스피드'와 거의 같습니다. 그런데 이후 이야기가 전개되는 방식이 완전히 다릅니다. 미국 영화였다면..

카테고리 없음 2026. 9. 22. 22:18
괴물 나무꾼 (사이코패스, 신경칩, 카메나시 카즈야)

솔직히 말하면, 저는 처음에 이 영화를 카메나시 카즈야가 나온다는 이유 하나로 보게되었습니다. 줄거리 확인을 안하고 봤어요. 그런데 막상 보고 나서 찜찜함이 꽤 오래 남았는데, 좋은 의미의 여운이 아니었습니다. 사이코패스 변호사가 주인공인데 응원이 안 되고, 살인마를 쫓는 프로파일러도 손에 땀을 쥐게 하지 못하는, 묘하게 감정을 어디에도 두기 어려운 영화였습니다. 사이코패스 변호사라는 설정이 영화의 출발점은 한 가지 설정에 기대고 있습니다. 주인공 니노미야 아키라(카메나시 카즈야)는 자칭 사이코패스입니다. 겉으로는 잘 차려입은 엘리트 변호사인데, 자신의 이익을 막는 사람은 가까운 사이라도 망설임 없이 제거하는 인물이에요. 여자친구 아버지를 건물에서 떨어뜨려 사무소를 손에 넣은 것도 그 연장선입니다.여기..

카테고리 없음 2026. 9. 21. 10:47
태풍 클럽 리뷰 (작가주의, 청춘의 고뇌, 롱테이크)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극장에서 상영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만 해도 "1985년 일본 영화를 왜 지금?"이라는 의문부터 들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자리에 앉아 두 시간을 보내고 나서, 저는 한동안 좌석에서 일어나질 못했습니다. 소마이 신지 감독의 은 태풍이 몰아치는 주말, 학교에 고립된 중학생들의 하룻밤을 그리는 영화입니다. 그런데 이 영화가 진짜 말하고 싶은 건 비바람이 아닙니다. 바람도 왜곡을 풀지 못하고, 폭우도 결핍을 채우진 못한다는 것—태풍 끝에 남은 것이 무엇인지를, 영화는 끝까지 관객에게 되묻습니다. 작가주의 연출이 포착한 청춘의 실제 얼굴저는 영화를 보고, 처음 10분간은 당황스러웠습니다. 수영장에서 남학우를 로프로 묶어 물에 담갔다 꺼냈다 반복하는 아이들, 교복 차림으로 아무렇지..

카테고리 없음 2026. 9. 20. 22:13
첫 번째 키스 (타임슬립, 권태, 일본멜로)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별 기대 없이 골랐는데, 다 보고 나서 한참동안 여운이 남았습니다. 2025년 2월 개봉한 일본 영화 〈첫 번째 키스〉, 타임슬립 멜로라는 장르가 주는 뻔함을 알면서도 끝까지 몰입해서 보게 되었습니다. 죽음을 되돌리는 이야기가 아니라, 식어버린 사랑을 다시 들여다보는 이야기였습니다. 타임슬립이라는 장치저도 처음엔 그냥 타임슬립 멜로겠거니 했습니다. 타임슬립(time-slip)이란 주인공이 의도치 않게 다른 시간대로 이동하는 서사 장치인데, 쉽게 말해 시간여행의 일종입니다. 일본 영화에서 특히 자주 쓰이는 문법이라 익숙하기도 했고요.그런데 〈첫 번째 키스〉는 이 장치를 과거를 바꾸는 수단으로 쓰지 않습니다. 이혼 직전의 부부, 칸나와 카케루. 이혼 서류를 내는 그날 남편 카..

카테고리 없음 2026. 9. 19. 23:43
소녀는 졸업하지 않는다 (성장통, 카메라워크, 이별)

졸업식이 정말 끝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그 질문을 처음으로 진지하게 다시 해봤습니다. 《소녀는 졸업하지 않는다》는 고등학교 졸업을 이틀 앞둔 네 소녀의 이야기인데, 솔직히 처음엔 별 기대가 없었습니다. 포털에서 멜로/로맨스로 분류되어 있길래 뭐지? 싶었거든요. 막연히 학원물 느낌이겠거니 했는데, 결과적으로는 꽤 다른 종류의 감정을 건드리는 작품이었습니다. 성장통 청춘 영화라는 장르가 성장통(growing pains)을 다룬다는 건 이미 공식처럼 굳어진 이야기입니다. 여기서 성장통이란 어른이 되기 직전, 아직 미성숙한 상태에서 겪는 심리적 좌절과 갈등을 가리킵니다. 이 영화도 그 공식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저는 보는 내내 "예쁘다"는 감정보다 "무겁다"는 감정이 더 크게 올..

카테고리 없음 2026. 9. 18. 19:39
우리는 모두 어른이 될 수 없었다 (노스탤지어, 포스트버블, 성장)

어른이 된다는 게 정말 성장한 것일까요. 저는 이 영화를 보고 나서 한동안 그 질문을 머릿속에서 떨쳐낼 수가 없었습니다. 영화 는 2021년 공개 직후 잔잔하게, 그러나 꽤 깊숙이 마음을 건드렸던 작품입니다. 광고와 뮤직비디오로 영상 감각을 쌓아온 모리 요시히로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완성도 있는 연출이었습니다. 시간을 거꾸로 걸어가는 남자의 이야기처음엔 이 영화가 '그냥 첫사랑 회상 멜로드라마겠지'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시작하자마자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습니다.영화는 역연대기적 구성(reverse chronological structure), 그러니까 현재에서 과거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방식으로 서사를 이어갑니다. 여기서 역연대기적 구성이란 결말에서 출발해 점점 원인을 향..

카테고리 없음 2026. 9. 17. 10:06
키리시마가 동아리 활동 그만둔대 (부재, 히로키, 마에다)

잘나가던 친구가 갑자기 사라졌을 때, 주변이 얼마나 흔들리는지 저는 고등학교 때 직접 겪어봤습니다. 그 애가 없으니까 우리 무리의 서열이 바뀌고, 점심 자리가 바뀌고. 요시다 다이하치 감독의 는 정확히 그 감성을 건드립니다. 2013년 일본 아카데미 최우수 작품상을 받은 이 영화, 보고 나서 한참 생각했습니다. 키리시마의 부재가 만든 균열영화는 배구부 에이스 키리시마가 동아리를 그만뒀다는 소식 하나로 시작합니다. 그런데 이상한 건, 키리시마가 화면에 단 한 번도 제대로 등장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 영화에서 키리시마는 일종의 맥거핀(MacGuffin)으로 기능합니다. 여기서 맥거핀이란 이야기를 움직이게 하는 장치이지만, 그 자체로는 실질적인 의미가 없는 요소를 말합니다. 알프레드 히치콕이 즐겨 쓰던 기..

카테고리 없음 2026. 9. 15. 23:43
일본의 가장 긴 하루 (태평양전쟁, 궁성사건, 항복선언)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이 영화를 보고 나서 한참 동안 감정정리가 안됐습니다. 1945년 8월 14일부터 15일까지, 딱 24시간 안에 일본의 무조건 항복이 결정되고 그것을 막으려는 쿠데타가 벌어진 이 사건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감이 잡히질 않았거든요. 권하고 싶은데 쉽게 권할 수가 없는, 그런 영화였습니다. 태평양전쟁의 끝제가 이 영화를 보면서 다시 생각나게 한 것은, 일본이 이미 사실상 패전 상태였음에도 내부에서 그토록 치열하게 버텼다는 사실이었습니다.태평양전쟁(Pacific War)은 1941년 진주만 공습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여기서 태평양전쟁이란 일본 제국이 미국·영국·네덜란드 등 연합국을 상대로 아시아-태평양 전역에서 벌인 전쟁을 가리킵니다. 초반의 기세는 일본 쪽에 있었지만, 1942년 미..

카테고리 없음 2026. 9. 14. 10:55
사토코는 언제나 (오키타 슈이치, 아리무라 카스미, 완전 오리지널)

좋아하는 감독 이름 하나가 계속 머릿속을 맴돌 때가 있습니다. 저는 오키타 슈이치 감독이 그렇습니다. 새 소식이 들릴 때마다 괜히 마음이 앞서는데, 이번엔 장편 데뷔 20주년 기념 완전 오리지널 신작이라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제목은 (さとこはいつも). 2026년 9월 18일 일본 전국 개봉을 앞두고 있고, 저도 이 작품을 꽤 오래 눈여겨보고 있는 중입니다. 오키타 슈이치의 20년과 세 명의 사토코 오키타 슈이치 감독(1977-)은 2006년 로 장편 영화 데뷔를 했습니다. 그 이후 (2009), (2011), (2013), (2018), (2020)까지 일관된 세계관을 유지해온 감독입니다. 이번 는 (2014) 이후 무려 12년 만에 선보이는 완전 오리지널 각본 작품입니다. 여기서 완전 오리지널이란 ..

카테고리 없음 2026. 9. 13.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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